投資위축→開發차질→市場정체…‘빈곤의 악순환’ 우려경기침체 계속되면 高成長 ‘급제동’ 불가피…국제競爭力 제고·수출多變化가 대안
[더게임스 이중배기자]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구촌 곳곳으로 확산되며 위세를 더하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구제금융책 발표에도 불구, 주요기업들이 "어닝쇼크"에 가까운 3분기 실적을 쏟아내면서 갈수록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엔 실물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위기를 더욱 부채질하며 동구권 일부 국가가 IMF에 ‘SOS’를 치는 등 전세계가 공황의 우려감에 휩싸여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주가 폭락, 환율·금리 폭등 등 거시 경제 전체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 증가 등 일부 반대급부까지 누리는 등 경기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는 게임업계는 과연 이 위기에서 자유로운 것일까. 미국발 프리미엄 모기지론 부실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국 금융시장을 그야말로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있다. 주식 시장은 연일 폭락장세에 허덕이며 코스피 지수가 마의 1000선 마저 붕괴됐고, 대부분 벤처기업들로 이루어진 코스닥 역시 200선대까지 밀려나는 등 심리적 지지선이 붕괴된 지 오래다. 환율 역시 10여년전 IMF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급등을 거듭, 1400선을 가볍게 넘어섰다. 그런가하면 금리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대출 이자 부담이 중산층과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있다. 전문가들은 “IMF가 단순히 아시아 일부 국가의 달러 부족에 의한 외환위기인 반면 지금은 전세계 금융시스템에 균열이 생기고 동반 경기 침체 우려감이 맞물려 일어난 현상이란 점에서 IMF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위기 국면”이라고 강조한다. # 자금 조달 시장 ‘빨간불’ 업종을 총 망라해 불안감이 날로 고조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게임업계가 피부로 느끼는 체감온도는 예상보다 그리 낮지 않아 보인다. 업종 특성상 경기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기 때문에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단기적으로 게임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만큼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객당가(ARPU)가 대부분 월 1만원 안팍인 게임사업 특성상 경기부진이 소비자 지출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고 강조한다. 실제 98년 IMF 경제위기 당시에도 게임산업이 고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식 산업의 일종으로서 매출원가 비중이 극도로 낮으며, 내수 시장 포화로 인해 수 년전부터 수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온 것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는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익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재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은 작년 말 930원대에서 1400원대로 50% 가량 상승했다. 가령 달러로 결제하는 해외 로열티 매출이 10억인 업체는 트래픽과 ARPU의 변화없이도 앉아서 5억원의 부가 수익을 창출한 셈이다. 다소 편차는 있으나 중국 위안화나 일본 엔화 환율 역시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치솟아 해외 진출한 게임업체들은 느긋한 입장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볼 때 이번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비롯된 경기 침체는 게임산업과 관련 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거시 경제 시스템이 거의 초토화되면서 당분간 게임계 역시 자금경색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다행히 엔씨소프트·넥슨·NHN·CJ인터넷·네오위즈 등 메이저 업체들은 현금과 외화 보유량이 막대하고, 유동성이 뛰어나 ‘위기가 되레 기회’란 얘기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그러나 대다수 업체들은 상황이 그리 녹록지가 않다. 돈가뭄에 허덕이는 중소 개발사 관계자들은 바람앞에 등불과 같은 심정이다. # 고성장 가도 급제동 우려 자본 시장에도 빨간등이 켜진 지 오래다. 몇몇 메이저 퍼블리셔들이 아주 제한적으로 소싱에 나서고 있을 뿐, 개인과 기관투자가들이 게임쪽에 눈길조차 주지 않아 게임투자 자체가 거의 실종됐다. 특히 메이저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대형 업체 M A에 나서면서 그나마 중소 개발사 투자가 더욱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임펀드를 운영하는 바이넥스트창투 박재민부장은 “극히 제한적으로 프로젝트투자(PF) 형태로 몇몇 개발사에 투자를 했지만, 분위기가 더 악화된다면 이 마저도 어려울 것”이라며 “게임시장도 어려운데 금융시장까지 냉각돼 최근엔 거의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IPO(상장)를 통해 대규모 자본 조달을 추진했던 업체들도 한숨만 쉬고 있다. 드래곤플라이 등 일부 업체는 아예 예비 심사를 통과하고도 상장(IPO)까지 포기할 정도다.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 진출을 추진했던 몇몇 게임업체들도 주식시장이 거의 붕괴되면서 꿈을 아예 접어버렸다. 이스트소프트·제이씨·게임하이 등 IPO와 M A를 통해 상장한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9월 글로벌 금융 위기 발발 이후 주가가 연일 폭락, 신규 자금 조달은 커녕 주주들의 원성으로 골치만 썩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경기 불안에 따른 시장 위축이다. IMF 때와 달리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인 데다가 최근 실물 경제마저 삐거덕거리기 시작하면서 게임시장 파이가 후퇴할 수도 있다는 개연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제로 최근 게임포털 UV가 눈에띄게 줄어드는가 하면, 전체적인 게임 이용률이 낮아지는 추세다. 경기 부진 여파가 게임시장에도 점차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12월부터 시작될 겨울특수도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감이 팽배하다. 자칫하다간 투자위축→개발차질→신작부재→유저이탈→시장악화라는 빈곤의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10년간 연 평균 30%대의 고성장 가도를 달려온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거대한 태풍 앞에 놓인 셈이다.
# 위기가 곧 기회일 수도 문제는 지금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부진 불안감이 뾰족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장기화할 경우다. 현재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금융 위기는 아시아와 유럽, 동구권, 중남미 등 선·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전세계를 강타하며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세계적인 동반 경기침체 우려감으로 한때 배럴당 200달러를 향해 치닫던 국제유가가 60달러대로 곤두박질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내수 침체에 따른 게임시장 위축과 함께 게임업계 전반의 수출 전선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걱정섞인 전망까지 나온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시장 위축도 문제지만, 한국산 온라인게임 세계화의 일등공신인 초고속통신망 보급에 급제동이 걸려 잠재 수요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다.
거시 경제의 원상복귀가 전제조건이긴 하겠지만, 그나마 한가닥 희망이라면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세계적으로 볼 때 고도 성장기를 벗어나지 않았으며,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의 추격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아직은 나름대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위기가 가중되면서 업계 스스로 불요불급한 비용을 최소화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개선한 것도 이같은 위기에선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해외 진출을 다변화한 것도 플러스요인이다. 실제 국내 게임업체의 해외 진출국은 현재 줄잡아 70여개국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거시경제가 매우 불안하지만, 한국이 강점을 보유한 온라인·모바일 등 일부 플랫폼의 글로벌 펀더맨탈은 여전히 탄탄하다”며 “업계 스스로 방만한 경영을 자제하고 내실을 키우고, 정부와 관계 기관이 힘을 합친다면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jb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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