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게임,신천지를 열다](2부)-①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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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능성게임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관심을 보여온 분야다. 이런 차원에서 해외 각국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일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우리의 미래 방향을 가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번 회부터는 총 3회에 걸쳐 미국과 일본 및 유럽 등지를 중심으로 해외 각국에서의 기능성게임에 대한 인식과 개발 동향, 연구 움직임 등을 알아본다. 지난해 일본 기계공업연합회가 발표한 ‘시리어스 게임의 현장조사 보고서’ 내용을 참고했다.

 

 기능성게임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다양한 기능성게임이 개발되면서 하나의 산업으로 형성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분야별로 기능성게임을 개발해 이용하려는 요구가 증가하면서 게임과 타 분야를 연결하는 컨셉트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산·학·관 연계 프로젝트로 대학 및 비영리단체와 게임회사 등이 공동개발하는 유형을 주로 보인다.

 미국 기능성게임 산업의 특징은 비영리재단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우드로 윌슨 인터내셔널 센터 및 로버트우스존슨재단, 카우프먼 재단, 호프랩 등 비영리재단이 스폰서로 나서 진행하는 게임개발 및 아이디어 콘테스트가 가장 활발하다.

 이에 게임업계의 반응도 크게 달라졌다. 이전에는 일부 중소 게임개발사들이나 개발하는 것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게임 대기업의 참여도 속속 이루어지고 있다.

 EA와 테이크투 등이 게임을 교육에 이용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에 스폰서로 참여한 것이나 MS가 프라이트 시뮬레이터를 기능성게임 개발 툴로 제공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는 공공정책 및 사회계발·의료·교육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개발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군사 분야=미국 기능성게임의 시작은 미 육군이 개발한 ‘아메리카스 아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사 분야의 기능성게임은 전체 기능성게임 시장을 형성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을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2002년에 공개된 ‘아메리카스 아미’는 미 육군이 신병모집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개발한 게임이다. 이 게임은 일인칭슈팅게임(FPS)으로 실제로 군에서 사용하는 무기와 실제 훈련시설 등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현재 공식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전미 신병모집 거점에서는 CD로 무료 배포하거나 게임잡지의 부록으로도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택티컬 이라키’와 같은 병사를 위한 언어 및 문화 학습게임과 ‘풀 스펙트럼 워리어’ 등 군사 훈련용 게임이 시판되기도 했다.

 ◇교육 분야=미니게임적인 단순한 수준이었던 교육용 게임은 최근 들어 본격적인 엔터테인먼트게임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뉴욕시가 신설교를 대상으로 기능성게임을 활용한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 보급에 나서면서 선진 사례로 주목받기도 했다.

 각 대학에서도 게임 디자인을 통해 어린이를 교육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교육용 게임으로는 역사교육을 위한 전략 시뮬레이션게임인 ‘메이킹 히스토리’가 꼽힌다. 플레이어가 제2차 세계대전 주요 참가국의 수장이 돼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제적인 정치·경제 상황을 분석하면서 전쟁 회피 및 국제협력, 국내 경제의 안정화 등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한 게임이다.

 이 밖에 기업 및 대학에서 교육·훈련이 목적인 게임도 다양한 업종·학습 목적·학습자를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다. 산·학·관이 연계해 추진하는 개발 프로젝트 및 개발자 인재 양성과 노력도 보인다.

 ◇의료·건강·복지=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모두 연구기관 및 개발회사나 비영리재단 등이 연계하는 형태로 연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DDR’와 같은 체감형 게임을 건강개선을 위해 이용하는 등 엔터테인먼트게임으로 응용하는 것도 중요한 테마 가운데 하나다.

 이 분야의 기능성게임 연구개발에는 의료 계열의 비영리재단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매년 개최되는 국제회의에는 로버트우드존스재단이 스폰서를 담당한다.

 사례로는 비영리법인인 호프랩이 젊은 암환자의 병에 대한 불안감을 완화시키고 병에 관한 이해를 심화시키기 위해 개발한 ‘리미션’이 있다. 가상의 암 환자 체내에서 화학 요법·방사선 요법·면역 요법 등에 따라 암세포와 싸우는 장면을 묘사한 3D 슈팅게임이다.

 비영리재단인 메이크어위시도 난치병과 싸우는 어린이를 위한 게임 ‘벤즈 게임’ 개발을 지원, 영어판 외 9개국어판 무상제공을 실시하고 있다. 또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전미과학자연맹 및 남캘리포니아대학 등이 개발한 면역에 관한 지식을 키우기 위한 게임 ‘이뮨 어택터’ 프로젝트에 130만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한 바 있다.

 ◇공공·사회계발 분야=게임이 어린이 및 젊은층에 접근하기 용이하다는 점에 착안한 다양한 게임이 나오고 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전 세계에 보급하고 있는 ‘푸드 포스’도 그중 하나다.

 미국 국립사법연구소가 유사대책 훈련을 위해 개발한 ‘인서던트 커맨더’ 및 각 주 정부가 일반 시민에게 시의 예상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해 예산편성을 테마로 한 시뮬레이션 게임 등도 있다.

 또 비영리단체 및 사회활동 그룹과 정치가 등이 스폰서가 돼 개발하는 게임도 다수다. 게임으로 테러전쟁의 문제점을 시사하고 세상의 의식을 환기시키기 위한 ‘September 12th, A toy World’, 다르프르 사태를 테마로 남캘리포니아대학 학생 그룹이 개발한 ‘Darfur is Dying’, 비폭력 정치운동을 보급하기 위해 국제비폭력투쟁센터(ICNC) 등이 스폰서로 참여해 개발한 ‘A Force More Powerful’ 등 다양하다.

◆ 기능성 게임 촉매 `커뮤니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04년부터 매년 게임개발자회의(GDC)의 일환으로 시리어스게임서밋(GDC)이 개최된다. 이 자리에서는 기능성게임 개발자 및 연구자들이 모여 다양한 기능성게임에 대한 최신 연구개발 사례를 소개한다.

 미국에서 기능성게임의 연구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일고 있는 데에는 이처럼 다양한 커뮤니티의 존재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들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면서 기능성게임이 사회적 관심사로 연결되고, 이는 곧 많은 수의 기능성게임 개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드로윌슨 국제연구센터가 2002년 개설한 비영리 프로젝트 ‘시리어스게임·이니셔티브’는 미국에서 기능성게임 열풍을 오늘날까지 지속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시리어스게임·이니셔티브’는 게임산업과 공공정책 분야의 협력 관계 구축을 추진하고 매니지먼트 리더십 과제에 게임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커뮤니티다. 기능성게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커뮤니티 구성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온라인을 통한 정보제공 및 참가자의 정보교환의 장을 제공하거나 각종 콘퍼런스와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분야별 분과회의 격인 기능성게임 커뮤니티도 다수 존재한다. 의료건강 분야의 ‘Games for Health’, 사회문제에 대한 인지도 향상 및 사회변혁을 위한 ‘Games for Change’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커뮤니티는 매년 국제회의를 개최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활발한 커뮤니티 활동은 최근 수년 동안 다양한 기능성게임 관련 국제회의 및 연구회를 만들게 했다. 지난해 개최된 주요 행사만 해도 13개에 달한다.

 ‘Games for Health’와 ‘Games for Change’의 연차회의 외에도 위스콘신 대학의 기능성게임 연구자들이 중심이 된 ‘GLS(Games Learning Society) 콘퍼런스’ 및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되는 ‘시리어스게임 캐나다 심포지엄’ 등이 그것이다.

 전미교육공학회(AECT) 및 미국인재개발기구(ASTD) 등 교육계열 학회의 국제회의에서 게임 관련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형태로 기능성게임이 거론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도쿄대학에서 개최된 디지털게임학회의 국제회의인 ‘DiGRA 2007’에서 발표된 ‘시리어스게임 데이’도 그중 하나다.

 김순기기자 soonk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