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미래경영]연구소들이 본 키워드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이머징 이슈와 트렌드의 관계

 ‘10년 뒤의 모습을 상상하라.

 매년 가을 기업은 신입사원이 자기 소개서를 쓰듯이 미래를 예측하는 전망 보고서를 쓴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지만 긴 안목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기후변화, 에너지 위기, 급속한 과학기술 발전 등 미래가 더욱 불확실해지면서 더욱더 신중한 미래 예측이 필요하게 됐다.

 유명 연구소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보고서를 낸다. 이 보고서는 기업이 중장기 비전을 설립하는 토대가 된다. 이들이 최근 제시한 경영 키워드는 기업이 어두운 미래를 개척할 때 등불 역할을 해준다.

 ◇이머징 트렌드를 읽어라=미래를 읽는 것 중에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트렌드를 잡아내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3일 발표한 ‘이머징 이슈에서 미래를 읽어라’는 보고서에서 트렌드 파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나준호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시장에서 앞서 나가려면 현재보다 미래 트렌드를 내다보고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눈에 보이는 트렌드는 곧 보편화 단계를 지나 쇠퇴하거나 다른 트렌드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쫓다 보면 미래를 제대로 준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는 미래 트렌드를 탐색하는 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LG경제연구원은 강조했다. 나준호 책임연구원은 “미래 트렌드를 찾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되는 것은 미래 트렌드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이머징 이슈”라고 주장했다. 사회의 다양한 현상은 발생-성장-성숙의 S자 경로를 따라 발전한다. 이머징 이슈는 S자 곡선의 좌측 하단으로, 감지가 어렵고 향후 발전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초기 발생 단계의 현상이다. 이머징 이슈는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에게 더 많이 감지되고 성장 모멘텀을 가지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발전한다고 나 연구원은 분석했다. <그림1 참조>

 이머징 이슈는 일반 트렌드와는 달리 비상식적이거나 이단적인 경우가 많다. 기존 상식·가정·패턴에 어긋나고 전통이론으로 설명이 불가능할 수 있다. 또 돌발적인 파괴력이 있어, 현재는 소수지만 향후 산업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 세 번째 특징은 전문가들이 오판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의 가정과 배치되기 때문에 노련한 트렌드 분석가일수록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데이터가 부족해서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미래 트렌드에서 사업 기회를 발굴하라=미래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파악했다면, 이를 활용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야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발표한 ‘한국경제 르네상스를 위한 구상’에서 미래 트렌드를 분석하고 신사업을 도출한 뒤, 대응 전략을 짤 것을 기업들에 주문했다. 연구소 측은 앞으로 10년의 핵심 트렌드로 5가지를 꼽았다.

 연구소 측은 우선 아시아가 역동적으로 성장하면서 글로벌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오는 2010년 39.5%에서 오는 2020년에는 43.2%로 뛰어오르지만, 미국의 비중은 같은 기간 20.3%에서 19.0%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 번째로는 ‘B-N-IT’가 산업 혁신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단일 분야의 기술만으로는 혁신의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바이오기술(BT)와 나노기술(NT)이 융합된 신기술 분야의 급부상을 예상했다.

 세 번째로는 대도시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진단했다. 보고서를 쓴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메가시티가 오는 2010년에 22개로 늘어날 것이며, 또 전 세계 대도시의 70%가 개발도상국에 위치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메가 시티는 전력·에너지·물 등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인프라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됐다.

 네 번째로는 고령화 추세를 꼽았다. 출산율은 줄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세계의 노령화가 대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부·지식·건강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펼치고 소비를 주도하는 ‘활동적 노인’(액티브 시니어)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환경 및 에너지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잇따를 기상이변으로 환경 문제가 정치·경제·안보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고유가 현상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활발해지는 등 에너지 부문의 변화가 기대됐다.

 ◇윤리경영 요구 거세질 것=현대경제연구원은 정보기술 등의 발달로 기업 거버넌스도 강화되면서 윤리경영이 핵심 키워드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01년 엔론 사태 이후 거세진 윤리 경영에서는 기업경영에 필요한 것은 수치와 데이터가 아니라, 기업문화와 기업윤리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래의 경영자를 양성하는 주요 경영대학원(MBA)에서는 윤리를 중시한다. 이주량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찰스 베스트 전 MIT 총장은 MBA 학생들에게 ‘이익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말을 강조했다”며 “여기서 사람이란 기업활동의 결과가 미칠 수 있는 전체 대상으로 기업의 이해관계자, 고객, 다음 세대를 위하는 것까지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돈만 버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의 하나로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이로써 사회에 기여할 때 지속가능한 성장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김규태기자 star@

◆ 변화하는 미래의 소비자

 ‘미래에는 남성이 아이를 낳고, 수유를 한다?’

 요리 잘하는 남성이 멋진 남자로 인기를 모으는 현상처럼 전통적으로 여성의 역할, 남성의 역할로 규정짓던 것들이 파괴되면서 상품개발이나 마케팅에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트렌드 분석 연구소인 에이다임의 인터패션플래닝은 앞으로의 트렌드를 남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주체와 객체가 동질화되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일체화되는 등 ‘개념과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신라이프스타일 4개 그룹으로 △인터섹슈얼 어댑터 △어번 서바이버 △셀프-홀릭 △슈퍼휴먼을 미래형 인간으로 제시했다.

 경계가 무너지는 ‘바운드리스’ 현상으로 ‘인터섹슈얼 어댑터’ 소비자 그룹의 등장을 예상할 수 있다.

 이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성 역할의 해체와 성으로 구분을 짓던 취향을 탈피해 기호에 따라 양성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채택하는 삶의 양상을 보인다. 남성용 비키니인 ‘맨키니’가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등장하기도 하며, 아이를 낳은 남성이 화제가 되는 등 극단적인 형태의 성해체 현상이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남성의 삶, 여성의 삶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삶을 누리고자 하는 욕구가 점차 강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번 서바이버’는 자연재해, 자원 전쟁, 범죄 등 인간을 위협하는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하는 인간형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것이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며 사는 사람이다. 춤추면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아이디어 상품이 나타났다. 홍콩의 한 헬스클럽에서는 자전거 페달을 밟는 운동을 하면서 한 시간에 50와트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또 광우병 파동 등 예측하기 힘든 질병의 등장으로 친환경 유기농 제품을 소비하는 그룹이 번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래 소비자의 또 다른 특징은 자기 도취를 특징으로 한다. 자기도취에 빠지는 소비자그룹인 ‘셀프-홀릭’은 자신을 대상화하고 상품화하는 적극적인 그룹이다. 이에 따라 자신의 DNA를 이용한 디자인 상품, 개인의 생체 데이터를 활용한 제품을 비롯한 오직 나만을 위한 트렌드가 강하게 대두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래 소비자는 더욱 종교에 심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인터패션플레닝은 예상했다.

 절대적인 힘에 의존해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슈퍼휴먼’ 현상이 만연할 것이라는 얘기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슈퍼휴먼은 욕구는 마술 열풍, 초인에 대한 열광 등으로 나타난다.

 김해련 에이다임 대표는 “앞선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해 다변화되고 있는 생활방식을 이해하고 이를 신상품개발과 마케팅 활동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진보와 생존이 동시에 요구되는 이 시대에, 기존의 코드화된 삶의 방식에서 탈피해 다양한 방식의 삶의 영역을 넘나드는 슈퍼휴먼, 셀프홀릭, 인터섹슈얼 어댑터, 어번 서바이버 그룹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