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핵심 소재인 백라이트유닛(BLU) 광학필름 시장에 오는 4분기 대규모 판가 인하라는 뇌관이 도사리고 있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 LCD총괄이 극히 이례적으로 판가 인하를 자제해왔지만 하반기 들어 LCD 패널 시황이 악화되자 납품 단가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가격이 급락할 경우 미국 3M은 물론이고 삼성·LG·SK·코오롱·두산 등 대기업 계열 소재 업체와 전문업체까지 난립한 국내 광학필름 시장은 내년 이후 빠르게 재편될 조짐마저 점쳐졌다. 광학필름에서 시작한 4분기 단가 인하 압력은 다른 부품·소재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는 오는 4분기 BLU용 광학필름 조달가격을 지금보다 10~15% 가까이 대폭 내리기로 하고, 최근 국내 협력사들과 협상에 들어갔다. 이익률 압박에 시달려온 국내 광학필름 업체들은 최근 시황 악화에 따른 공급 물량 축소(감산)에다 대규모 판가 인하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한 광학필름 업체 관계자는 “통상 분기별 판가 인하 수준에 비해 훨씬 큰 폭이지만 올해 들어 예년보다 하락폭이 적었다는 점에서 4분기 가격 급락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납품가 인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분기마다 소폭 판가를 낮췄던 LG디스플레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3분기까지 거의 단가에 손대지 않았다. 협력사들로서는 4분기 대규모 판가인하 압력이 더 클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일방적인 가격 후려치기라는 시선에 대해 삼성전자로선 억울하다는 태도다. 올해 들어 국내 협력사들에 한해 판가 인하를 자제하면서 지금은 대만 광학필름 업체들에 비해 가격과 품질 경쟁력이 한참 뒤처졌다는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록 4분기 인하폭이 크지만 연간 전체로 따지면 똑같은 제품이라도 대만산보다 여전히 비싼 제품도 있다”면서 “단가를 낮출지라도 국산 제품을 쓰는 게 ‘상생’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국내 광학필름 업계의 구조조정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관측됐다. 대기업들과 전문업체들이 이미 오래 전 광학필름 시장에 진출한 상황에서 최근 두산·웅진·화승 등 대기업들이 가세해 경쟁이 격화했다.
한 대기업 계열 필름업체 관계자는 “시장에 워낙 경쟁자가 많다 보니 패널 업체들과의 가격협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만일 일부 기업들이 치고 빠지기 전략을 쓴다면 내년 이후에 사업을 접는 곳도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는 특히 감가상각을 끝내 가격 인하 여지가 많은 미국 3M과 삼성 계열사로 물량이 많은 제일모직의 행보를 주목했다.
서한·안석현기자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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