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과 통합, 민영화로 금융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를 선도하는 투자은행(IB)이 나와 한국이 아시아 금융허브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이명박 대통령, 4월 서울국제금융포럼)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금융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자율성을 제고하고 경쟁을 촉진해 금융정책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추구한다.”(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 6월 ICSA 연차총회)
한국 금융산업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한국에 금융산업이 태동한 후 가장 큰 기회라고 금융사들은 외치고 있다.
변화의 계기는 많다. 우선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을 꼽을 수 있다.
증권·자산운용·선물·투자자문업 등이 하나로 통합돼 금융산업이 금융투자사·은행·보험의 3대 축으로 재편된다. 이들 3대 축도 사실상 벽이 허물어져 가고 있다. 파생상품 등 주력업종을 기반으로 한 파생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영역 벽을 넘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적극 독려 중이다.
규제를 과감히 없애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규제를 제거해, 금융사들이 국내외 무대에서 마음껏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산업은행을 민영화하고 이를 글로벌IB로 변신한다는 계획도 이의 일환이다. 금융사 간 경쟁을 심화시켜 한국 금융산업의 전반적인 체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무엇보다 시기가 좋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IB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미국 서브프라임 문제 이후 글로벌IB들은 유동성 문제로 인해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며 “지금이 글로벌IB로 성장하기 위한 적기”라고 말했다. 외국 IB에게 위기는 곧 우리 금융사들에는 기회라는 설명이다.
금융산업 육성은 중요하다.
1970년대 이후 우리 경제성장은 제조업이 이끌어왔다. 하지만 21세기 고부가가치는 제조업보다는 금융 등 서비스산업에서 창출된다. 삼성전자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던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대표는 “앞으로 신성장동력 창출은 바로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새 정부가 지식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PC업체에서 서비스회사로 변신한 IBM을 사례로 소개하며 “우리나라가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지식서비스산업은 금융 등 기존 서비스산업에 IT를 융·복합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진 대표의 말처럼 한국 금융서비스산업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지금까지는 글로벌 금융 선진국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IT와의 컨버전스를 통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21세기 모든 금융서비스는 IT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IT는 금융산업의 핵심 인프라’라고 힘주어 말한다. 김이현 투이컨설팅 사장은 “고객데이터를 통합하고 상품 정보를 공유하는 등 금융그룹의 필수 업무들은 IT활용에 의해 성패가 갈린다”고 말한다. 박선무 현대증권 IT본부장(CIO)은 “IT와 현업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데 이 벽이 많이 허물어질수록 금융상의 효율성은 극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금융IT 환경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증권거래에 사용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그렇고, 인터넷뱅킹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등 전자금융공동망을 통한 거래 규모는 올 1분기 전체(22조7470억원)의 80% 이상인 18조3890억원에 이른다. 지로를 통한 일반이체가 2%(425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볼 때 사실상 대부분이 전자금융공동망을 통해 이뤄진다. 세계 최고인 한국 IT인프라와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2008년 한국 금융산업은 아직 글로벌 수준과는 분명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극복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무엇보다 금융계는 자통법 등 새로운 변화를 통해 이들 글로벌 금융사들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단순히 기대감이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금융IT 환경은 여기에 분명 일조를 할 것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 금융사보다 신속하게 고객이 원하는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 김순성 신영증권 상무(CiO)는 “금융사 경쟁력은 IT로 확연히 차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 간 벽이 사라지면 금융사들은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신속하게 만들어 내놓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IT가 필수라는 설명이다.
IT강국 코리아가 새로운 글로벌 무한 경쟁환경에서 IT와 융합한 금융서비스 모델로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그날을 기다려 본다.
김준배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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