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I, 반도체 부문 로옴에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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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통신장비 대기업 오키전기공업(OKI)이 반도체 사업부문을 반도체 전문회사 로옴에 전격 매각키로 했다. 반도체 사업부문을 10월1일자로 분사한 후 이 회사의 지분 95%를 롬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지분 매각 가격은 860억엔(약 8500억원) 가량이 될 전망이다.

OKI의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각의 길을 선택한 것은 다른 사업분야에 비해 성장이 더딘 사업을 매각하는 대신 성장 가능성 높은 사업에 힘을 모아주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 대기업들이 반도체 사업 매각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OKI가 반도체 사업 포기를 선언함에 따라 일본 반도체 업계 재편은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 흑자 낼때 매각=스노즈카 카츠마사 OKI 사장은 28일 오후 내외신 기자를 대상으로 반도체 사업매각 계획을 알렸다. 자사의 반도체 사업이 시장에 주는 영향력이 크지 않아 좋은 파트너에게 매각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반도체 사업이 흑자를 기록 중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왕이면 흑자를 낼 때 매각하는 게 좋은 값을 쳐 받을 수 있다는 복선이 깔렸다.

OKI의 반도체 부문은 3월 결산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1382억엔(약 1조3667억원), 영업이익 38억엔(약 377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전체 매출(7197억엔)의 19%에 해당한다. 하지만 사업을 지속하기엔 회사가 가져야할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일본 내에서 반도체 매출만 따져보면 OKI는 13위에 머물러 있다. 최근엔 메모리 사업 부진으로 D램 사업을 철수했다. 이후 가전이나 통신장비에 쓰이는 특수 시스템LSI 생산으로 사업을 특화했지만 규모의 경제를 키우기 위해 강행해야 하는 막대한 설비 투자는 회사에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여기에 최근 2년간 그룹전체의 실적이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사업구조 개편을 요구하는 내부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될성부른 사업에 역량 집중=OKI는 반도체 사업부문 외에도 첨단 통신장비 사업부문도 분사한다. 과거 회사의 주력사업이던 반도체와 통신장비 부문의 매각결정은 OKI 입장에선 ‘특단의 대책’이나 다름없다. OKI는 구 일본전신전화공사(현 NTT)에 전화교환기를 공급하던 통신장비 전문기업이다. 1970년대 초 반도체 사업에 발을 들인 것도 교환기 등에 쓰이는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인터넷전화(VoIP)의 보급확대로 2000년 이후 교환기 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 차세대 통신장비 개발도 막대한 반도체 투자에 밀려 지연되기 일쑤였다. 결국 지금의 결정에 이르게 됐다.

사업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재원은 수익성이 높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프린터 사업에 집중 투자된다. 이를 통해 옛 명성을 되찾을 계획이다. 특히 전도유망한 컬러레이저프린터 사업의 경우 지난해엔 HP, 삼성전자, 제록스 등에 밀려 4위를 기록했지만 2006년엔 HP에 이어 2위에 랭크되기도 해 ‘선택과 집중’ 전략이 제대로 구사만 된다면 수식 상승의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OKI의 반도체 사업을 인수할 로옴은 일본 내 8위 반도체 제조업체로, 시스템LSI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734억엔(약 3조6610억원), 영업이익 673억엔(약 6598억엔)을 기록하며 불황기 가격경쟁에 따른 이익률이 저하되긴 했지만 OKI의 시스템LSI 사업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해져 수익률은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OKI의 반도체 독립법인 개요

회사명:OKI세미콘덕터

설립시기:2008년 10월 1일

자본금: 200억엔(초기 100% OKI전기공업 출자)

종업원:약 6000명

매출목표:1550억엔(2011년 3월 목표)

사업내용:개발, 생산, 판매, 반도체 및 전자부품 수출입

최정훈기자 jh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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