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IT 주도권, 미국서 아시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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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아시아! 아시아!’

전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주도권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넘어오고 있다.

26일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100대 IT 기업’에 아시아 기업 37개가 이름을 올려 북미 지역(35개)을 처음으로 앞섰다. 비즈니스위크는 11년 전 100대 IT 기업을 처음 선정할 때만 해도 미국 기업이 75% 이상 차지해 리스트를 도배하다시피했으나, 이제 30% 수준으로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아시아 지역이라고 해서 다 웃은 것만은 아니다. 아시아 돌풍의 진원지는 우리나라도, 일본도, 중국도 아닌 대만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NHN이 명함을 내밀었다.

◇대만, 미국에 이어 단독 2위 = 100대 기업 중 아마존과 애플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해 미국의 체면을 살려줬다. 급부상한 하드디스크업체 웨스턴디지털(5위)를 제외하면, 10위 내에 미국 업체는 없다. 100대 기업을 국가별로 분석하면, 대만의 약진이 눈부시다. 순위 중 대만 기업은 총 18개다. 미국(33개)을 유일하게 바짝 뒤쫓는 나라다. 모토로라, HP 등 제조 아웃소싱 물량을 싹쓸이해 온 대만은 ‘IT 하도급’에서 ‘IT 강국’으로 자신들의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9위와 10위에 각각 오른 아수스텍, HTC(High Tech Computer) 등은 대만 기업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업체다. 아수스텍은 ‘Eee PC’라는 혁신적인 노트북PC 브랜드로 일본 시장도 공략 중이다.

미국의 ‘SW 공룡’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9위에서 올해 23위로, 시스코는 20위에서 39위로 하락했고 ‘통신 공룡’ 버라이즌은 순위에서 사라졌다. 글로벌화, 아웃소싱 열풍, 신흥 시장의 부상 등이 IT 경제의 주도권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 LG, NHN는 왜 주목하나= LG전자(20위), LG디스플레이(26위)는 삼성전자(34위)보다 순위가 높다. 비즈니스위크는 매출 뿐만 아니라, 주가 상승률 등 다양한 지표를 반영시키고 있는데, “LG전자는 더 이상 한국의 2번째 선수가 아니다”라는 것이 비즈니스위크의 논평이다. LG전자는 지난 1년 동안 주가는 50% 이상 올랐고, 최근에는 휴대폰 판매량도 54%가량 늘어 모토로라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 NHN은 올해 처음으로 비즈니스위크에 이름을 올렸다. 구글이 한국 시장을 정복하지 못한 데는 NHN이 이끄는 포털 ‘네이버’의 힘이 크다. NHN은 이제 중국, 일본 등에도 출사표를 던져 놓았다.

◇ 인도의 몰락, 고요한 유럽= 아시아 기업의 대약진에도 불구하고 인도 기업들은 대거 순위에서 빠졌다. 비즈니스위크는 ‘가장 큰 실패자(loser)’로 인도를 꼽았다. 달러 가치의 하락, 미국 경제 침체 등으로 미국 SW 아웃소싱을 독점해오다시피한 인도 SW 기업들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지난해 23위에 올랐던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는 올해는 순위에서 빠졌다. 유럽도 ‘고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노키아가 8위, SAP가 63위에 이름을 올린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순위에 오른 업체들이 통신서비스업체들이다. 스페인의 텔레포니카 등은 전형적인 내수 기업들이지, 혁신 기업들은 아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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