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 이용자는 불안에 떨고 있다. 자신의 정보가 인터넷에서 유출된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하나로드림이 최근 1만2024명을 대상으로 PC 보안 관련 설문을 진행한 결과 ‘누군가 당신의 PC를 훔쳐본다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무려 8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열의 아홉은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불안감이 개인정보를 지키려는 노력으로 이어지지 않고 막연한 걱정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게임인 ‘리니지’와 ‘리니지2’ 이용자의 사례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공짜도 관심 밖=엔씨소프트는 리니지와 리니지2 이용자에게 일회용비밀번호(OTP) 서비스를 제공한다. OTP 서비스는 게임에 접속할 때마다 휴대폰에서 새로운 비밀번호를 받기 때문에 해킹을 원천봉쇄한다. 이용자에겐 반가운 서비스다. 더욱이 이 서비스는 무료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리니지 이용자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결과는 리니지 1만3697명, 리니지2는 1만265명이다. 작년 4분기를 기준으로 리니지와 리니지2를 한 달에 한 번 이상 즐기는 이용자가 각각 62만명과 45만명이니 OTP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2% 정도에 불과하다. 돈도 들지 않는 개인정보보호 서비스가 있지만 이용자는 100명에 2명꼴이다.
OTP 서비스 업체인 에이티솔루션의 김종서 사장은 “그나마 리니지는 나은 편”이라며 “몇몇 게임은 OTP 무료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가입자가 채 100명도 되지 않아 없앤 일도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걱정은 태산인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개인정보보호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정보보호의 출발은 개인=옥션과 하나로통신 사태를 지나면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아직도 멀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자신의 개인정보가 인터넷에 얼마나 방치돼 있는지부터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에 자신이나 가족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지우는 건 기본이다. 또 종친회나 동창회, 동호회 사이트 등의 주소록에 정보를 올리는 일도 피해야 한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후 뒤따르는 보이스피싱 등의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계좌번호나 카드번호, 주민번호 등 정보를 요구하는 전화에 일체 대응하지 말아야 한다. 현금지급기에서 세금 또는 보험료를 환급해준다는 안내에는 대응하지 말아야 한다.
이강신 한국정보보진흥원 개인정보보호기획팀장은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들이 자기 정보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라며 “여기저기 회원가입을 하는 등 아무렇게나 자기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자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장동준·문보경기자 djjang@
<표>전문가들이 제안하는 개인정보보호 수칙
1. 자신이 가입한 각종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바꾼다. 비밀번호는 영문과 숫자를 조합해 만들고 주기적으로 변경한다. 생일이나 전화번호 등으로 이뤄진 숫자 비밀번호는 금물이다.
2. 본인의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됐다면 신용정보 사이트를 통해 명의 도용 차단 서비스를 활용한다. 또 현재 가입된 이동통신사에 가입제한 등록 신청을 한다.
3. 계좌정보까지 유출됐다면 ‘보이스 피싱’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개인정보나 계좌정보 등을 거론하며 걸려오는 전화는 그냥 끊어버린다.
4. 지난 1개월 동안 한 번도 들어가지 않은 사이트가 있다면 탈퇴한다.
5. 해킹 피해자 모임에 가입하라는 e메일이나 전화를 받더라도 자신의 정보를 유출하지 말고 해당 사이트에 직접 확인한다.
6. PC방처럼 누구나 이용하는 컴퓨터에서 온라인 쇼핑이나 인터넷 금융 거래를 하지 않는다.
7. 윈도 운용체계에 최신 보안 패치를 모두 설치한다. 해킹이나 바이러스를 종합적으로 막아주는 통합보안 제품을 하나 정도는 설치한다.
8. 메신저 사용 시 메시지에 인터넷 주소나 파일이 첨부돼 있으면 함부로 클릭하거나 실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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