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복제물 단속 현장을 가다

 “삼국지 용의부활 캠 버전이 있으니 찾아보라고. 용산은 원산지라 풀어주면 안 돼. 단속한다고 숨어 있는 거 같지만 그래도 거래가 되고 있단 말이야.”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저작권보호센터 회의실. 다른 작업에 투입된 한 개 조만 빼고 12명의 단속반원이 모두 모였다. 오늘 단속 일정을 논의하는 중이다. 회의의 주된 내용은 불법 저작물을 제작해 유통시키는 제작자를 찾아내기 위한 방안으로 모였다.

 “아프지들 말아요. 아파도 단속은 해야 하니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엄포를 놓는 팀장의 지시는 다름이 아니라 다치지 말라는 것이었다. 벌써 열흘째 단속이 계속된 터라 거의 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언제 어디에서 몸싸움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회의에서는 수많은 정보가 오갔다. 해당 정보마다 어떤 작전으로 단속을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쏟아졌다. 물론 보안 유지가 가장 큰 성공 조건이다.

 단속반원은 3명씩 그룹을 지어 용산으로 향했다. 당분간 용산은 집중 단속을 해야 할 거점이다.

 “전체 단속지역은 25개 지구지만 이 가운데 용산구와 강남구·중구·서초구·영등포구·종로구의 6개 지역이 중점 단속지역입니다. 이곳에 전체 불법 복제 시장의 70%가 몰려 있어요. 여기만 막아도 단속 효과는 상당히 높습니다.”

 저작권보호센터에서 단속반원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신재호 팀장은 이 가운데서도 용산은 불법 복제물이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본산이라고 강조한다. 용산은 아예 단속반원이 상주하다시피 하며 집중 관리하는 거점이라고 한다.

 “다른 지역은 일명 ‘돗자리부대’입니다. 이에 비해 용산에는 아예 무허가 노점을 지어 놓고 상시로 판매를 하죠. 앞에는 정품을 깔아놓고 있지만 소비자가 요구하면 언제든 불법 복제물을 제공하는 요주의 대상입니다.”

 상암동을 출발한 단속반원은 오후 3시가 다 돼서야 용산에 도착했다. 오늘은 회의가 길어져 평소보다 한참 늦어졌다.

 요주의 대상인 노점을 모두 둘러봤지만 조용하다. 주차장 앞에 있는 노점에서 벌써 단속반이 뜬 사실을 알린 듯하다. “집중 단속을 하다 보니 내놓고 드러나게는 못 팔아요. 하지만 물건이 안 보인다고 해서 거래가 없는 건 아니죠. 물건만 다른 곳에 옮겨 놓았을 뿐이에요.”

 별 움직임이 없는 듯한 풍경에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동행한 단속반원이 넌지시 일러준다. “요즘에는 숨어서 하는 거래를 찾아내고 또 그 물건을 유통시킨 제조를 잡아내야 하기 때문에 몇 배로 힘들어졌어요.”

 사실 16명이 전부인 저작권보호센터 단속반원이 전국을 커버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집중 단속을 펼칠 때마다 생색내기 단속이니 보여주기 위한 것이니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 주말에는 보관창고까지 파악해 경찰과 함께 급습한 덕택에 불법 복제물을 대량으로 수거할 수 있었다. 2명은 구속됐다. 화곡동에 있는 개인 오피스텔에서는 직접 제작한 CD가 3300장이나 나왔다. 불법 복제에 사용한 PC와 프린터 및 공CD와 빈케이스도 대량으로 수거하는 성과를 올렸다.

 “애로점이야 역시 수사권이 없다는 사실이죠.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숨겨 놓은 물건을 뒤져서 찾아낼 수 없다는 게 가장 아쉽습니다.” 함께한 단속반원이 이런 사실은 판매상도 다 알 거라며 전한 고충이다. “정부에서 나섰으니 조만간 사법경찰권이 주어지겠죠.” 그러면서 그는 수사권이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수거만 할 뿐이지만 그때가 되면 처벌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단속 효과는 몇 배가 높아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김순기기자 soonk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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