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는 이름 그대로 커피 업계의 스타였다. 스타벅스는 1987년 이후 전 세계에서 매일 평균 두 개꼴로 매장을 여는 기록을 세웠다. 많은 책과 논문에서 공통적으로 스타벅스가 성공한 비결을 분석했다. 바로 ‘커피의 본질에 대한 집착’과 ‘바리스타(커피 제조자)의 고객 관리’ ‘세련된 매장 분위기’ 등이다.
승승장구하던 스타벅스가 최근 우울하다. 주가는 지난 1년 새 45.6%나 떨어져 반 토막이 난 지 오래다. 맥도널드나 던킨도너츠의 저가 커피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이에 대항하고자 1달러짜리 저가 커피를 내놓았지만 실패해 결국 철수했다.
작년에는 스타벅스 37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내 전체 고객 수가 전년 동기보다 1% 감소하기도 했다. 결국 스타벅스는 불명예스러운 구조조정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매출이 부진한 미국 내 점포 100곳을 연내 폐쇄할 예정이고 이미 본사 직원 600명을 감원했다.
왜 스타벅스가 이렇게 됐을까.
자신이 성공한 이유를 망각했기 때문이다.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스타벅스는 커피의 본질에 대한 집착을 망각하고 바리스타의 정성스러운 손이 아닌 커피 머신으로 제조한 커피를 제공했다. 급증하는 매장으로 바리스타의 고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획일적인 매장 분위기는 고객을 질리게 했다.
문제는 스타벅스의 추락이 한국의 온라인게임 산업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타벅스가 범한 최대의 실책은 변화하는 산업 환경을 제대로 읽지 못한 데 있다. 스타벅스의 성공 이후 고급 커피점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으며 저가 커피의 품질은 놀랍게 향상됐다. 이런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는 반대의 길을 걸었다. 이 점은 한국의 온라인게임 산업과 유사하다.
국내 게임산업은 성숙기에 진입해 있으며 일본이나 중국, 미국과 같은 글로벌 시장은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게임산업 초기 개발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이미 고갈됐다. 지금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게임은 기존의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한국 게임은 오디션과 프리 스타일 이후 새로운 장르 혁신이 보이지 않고 있다. 게임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 수준은 최악이다. 게임사는 산업 초기의 판매자 우위 시절의 고객관리를 그대로 지속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고유의 특성은 이용자와 함께 하는 게임 진화지만 게임사는 이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게임사 경영 능력의 한계다. 이미 게임산업은 벤처 전성시대가 아니지만 경영자는 벤처와 같은 기업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지금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초기 벤처와 다르다. 경영자에게는 단지 게임 개발 능력보다는 조직 관리나 장기전략 수립, 글로벌 경영 능력이 더 필요하다.
책임 경영 역시 중요하다. 제조업에서 그토록 강조되는 책임 경영이 게임업계에서는 통용되지 않고 있다. 어떤 게임사는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해도, 또 어떤 게임사는 몇 년씩 매출이 정체하고 성장할 수 있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놓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경영자의 세대 교체와 새로운 피의 수혈은 향후 한국 게임산업의 사활이 걸린 과제다.
최근 이명박정부는 올해와 내년 예산 중 20조원을 절감해 보건·의료·게임과 같은 미래 창조산업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게임산업의 주무부서 예산이 겨우 200억원 수준으로 다리 하나 건설하는 데 드는 예산의 5분의 1 정도라는 사실에 외국 연구자가 충격을 받는 일은 이제 없어질 것 같다. 하지만 기존의 산업 구조에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다. 이제 게임산업은 새로운 인력, 새로운 경영자, 새로운 개발자를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구조 속에 정부의 지원과 육성을 담아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jhwi@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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