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모인 건축설계사·부동산개발업자 등 도시개발 전문가들이 사막의 태양보다 더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톨 앤 그린(Tall and Green)’을 주제로 세계 초고층학회(CTBUH) 2008년 세계 총회가 열린 것. 초고층으로만 치닫던 도시개발이 지속가능한 친환경 도시개발로 전환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버즈 두바이’를 비롯한 초고층 빌딩 경연장이었던 두바이는 작년부터 그린빌딩 표준을 제시하고 에너지 절감과 국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등 제2 도약을 꿈꾸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 인근에도 2013년까지 ‘카본 프리(carbon-free·탄소배출량 제로)’ 도시가 건설될 예정이다.
세계는 지금 ‘환경보호 및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지구적 이슈를 윤리적·도덕적 차원으로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제 비즈니스 주도권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환경보전과 환경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적극 동참하자는 인식과 움직임이 일고 있으나 국제 환경정책 규칙들을 주도해가며 친환경 도시를 개발하기에는 힘이 모자란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천 송도국제업무단지에 세계 유례가 없는 ‘친환경 도시’가 건설되고 있는 점이다. 송도국제업무단지는 도시 전체를 친환경 인증(LEED-ND) 대상으로 한다. 이 인증을 받으려면 친환경 설계, 친환경 자재, 에너지 절약 방안 강구 등 많은 노력과 비용이 수반되지만 효과는 크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지구 온난화의 위험’에서 많은 사람이 인정하고 싶지 않아 애써 외면하는 환경문제를 널리 알렸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각에는 아직도 ‘불편하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이제 더 이상 피하고 무시할 수 없다.
임현정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 홍보과장 hjlim@galeint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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