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호 성균관의대 교수(서울삼성병원 분자치료연구센터장)
과거 5년 동안에 우리는 수출 면에서 매년 두 자릿수씩 성장했으며 외환 보유액도 다시는 외환 위기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급격히 악화돼 세계를 강타하는 금융 위기와 함께 원유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무역 분야에서는 경상 적자가 눈에 띄게 증가해 모든 국민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고 있다.
이뿐 아니다. 수치상으로 보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가까이 되지만 고용 기회는 더욱 적어지고 일반국민 부채는 더 늘어났다. 나라의 안정 세력이 돼야 할 중산층도 무너졌다. 또 많은 사람이 정규직보다는 계약직으로 전락해 가계 수입도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국제 경쟁력을 잃은 제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계약직으로 전락하고 극단적인 노사 분규로 그 괴로움을 표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국내 경제가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더욱 자신의 위치를 바로 보아야 한다. 더 이상 이전의 ‘단맛’에 길들이지 말고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여야 한다. 먼저 경쟁력이 없는 저임금 기반의 제조산업은 우리가 선진국에서 물려받은 것처럼 상당 부분을 후진국에 떼주어야 한다. 그게 비즈니스 논리고 세계 경제구조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대신에 우리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최고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고도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재탄생할 때만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 보자. 우리가 자동차에 주력한다면 일본 도요타가 만들고 있는 렉서스를 능가하는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캐논과 니콘을 능가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넘어야 할 과제는 또 있다. 이런 하드웨어뿐 아니라 관련 산업을 서비스 산업으로 복합화하는 글로벌 전략을 써야 한다. 도요타는 단순히 자동차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금융 서비스를 포함한 각종 애프터서비스를 주요 업무로 하는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 같은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는 단순히 의료장비를 파는 것이 아니라 관련 의료 솔루션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병원 운영까지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예 서비스나 컨설팅 회사로 변신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미래에는 원천 기술에 기반하고 진입 장벽이 높은 지식·서비스·솔루션을 함께 모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단순 상품보다는 복합 기능을 가진 상품, 지능화된 상품, 융합 기술에 기반한 상품, 부가 서비스로 연계한 상품을 찾아야 한다. 이런 시점에서 정부·학계·기업 등에서 최근 융합 기술 개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최근 정보통신 기술과 의료 기술, 바이오 기술과 융합 제품 개발이 새롭게 성장 분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의료 수요가 꾸준한 증가하고 있다. 바이오 기술, 새로운 의료 기술, 바이오 제약 기술 발전으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고 관련 제품과 서비스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단순한 백색가전보다는 전자 의료기, 단순 정보통신 분야 제품보다는 의료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지능형 로봇 기술이 가미된 치료나 진단을 위한 융합 기술 제품, 디지털 병원 운영 시스템, 또는 네트워크 기술과 의료 정보통신 기술에 기반한 지능형 유비쿼터스 기술을 개발하면 유망할 것이다.
최근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이나 컴퓨터·사무자동화 기계 사업으로 유명한 IBM 등도 의료 서비스나 의료 기술과 관련한 제품, 종합 컨설팅 사업 분야를 강화해 새로운 불루오션 시장을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에도 더욱 어려워진 글로벌 경제 환경을 극복하면서 지속성장을 보장할 수 있다는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jeho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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