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를 전공하려는 학생이 해마다 줄어들어 걱정이다.” 얼마 전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나에게 한 말이다. 이공계 기피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그중에서도 SW분야가 제일 우려스럽다고 한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미 기피 학문으로 전락했다. 전공선택 시 지원자가 매년 줄어 심지어는 정원에 미달하는 사태도 있다고 한다. 왜 SW분야에 우수한 인재들이 몰리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SW를 통해 비전과 꿈을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그동안 우리 SW사업은 헤드 카운트 방식에 의해 서비스 대가를 받는 낡은 모델이었다. 20년 넘게 이러한 사업모델이 지속돼 왔는데, 이런 환경에서 고급인력으로 발전하는 것은 힘들다. 초급개발자 단계에서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해야 하는 비전과 동기를 부여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단순개발 업무로 시작했더라도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분석과 설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되고, 나아가 프로세스 전문가와 컨설팅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비전을 심어줘야 한다.
저가의 단순코딩 업무를 아웃소싱하던 인도 SW개발자들이 경험을 쌓아 자체 기술력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SW를 개발해 내고 프로세스 아웃소싱 업무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이를 통해 인도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저부가가치 제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부가가치가 높은 SW산업을 중심으로 한 지식산업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인도에서 SW산업은 전체 GDP의 5.4%, 총수출의 22%를 차지하는 대표적 고부가가치, 성장분야로 떠오르고 있으며 매년 20만명 이상의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 우리도 인도처럼 SW산업에서 선순환 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업모델 중심 축을 단순한 사람 머릿수(헤드 카운트)가 아닌 서비스 가치 쪽으로 옮겨야 한다. 분석·설계·개발·테스트 업무를 분리하고 전문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 또한 분야별로 가치를 인정해주는 풍토 조성이 필요하다. 단순개발과 분석·설계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노력과 함께 SW기업들도 부가가치별로 전문화할 수 있는 기초적인 환경이 필요한데 그 첫 단추가 바로 원격 통합개발센터다.
그동안 SW개발업무는 보안과 관리 편의성 때문에 발주자들이 관행적으로 SW사업자의 인력을 개발기간 동안 자사 근거리에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해왔다.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단순 개발업무는 굳이 발주처에 가서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프로젝트에 100명이 투입된다면 기획부터 개발 단계에 이르기까지 100명 모두 고객사이트에 파견나가야 하는 관행부터 없애야 한다. 원격통합센터가 이러한 관행과 풍토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처럼 원격통합개발센터는 기술력과 창의력을 요구하는 설계와 단순개발 업무가 분리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데 의미가 깊다. 물론 SW산업 구조가 선진화되고 우수한 인재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RFP 작성, 이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분석·설계 등 다양한 노력이 필수다.
하지만 우선 쉬운 것부터 시작하자. 원격 통합개발센터는 분석·설계·개발·테스트 단계별로 새롭게 가치를 정의하는 좋은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처럼 원격개발센터를 통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풍토를 조성하고 전문인력이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으로 옮겨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SW 관련 학과와 SW기업에 우수한 인재들이 넘쳐나고 누구를 뽑아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유영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ymyou@softwar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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