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타임 드라마의 매력.’
정말 놀랐다. ‘밴티지포인트(피트 트래비스 감독, 데니스 퀘이드, 포레스트 휘태커 출연)’를 보고 난 뒤 내뱉은 한마디다.
대통령 암살 사건을 8명 목격자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밴티지포인트는 긴장감의 최고치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매력은 실시간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 있다. 이 점에서 밴티지포인트는 미국 드라마 ‘24시(FOX방영)’와 많이 닮아 있다. 대통령 암살도 그렇지만 밥도 안 먹고 일하는 주인공의 고군분투도 유사점이다.
◇공통 미션은 대통령 사수= 밴티지포인트와 24시의 공통 소재는 대통령 암살이다. 24시의 주인공 잭 바우어(키퍼 서덜랜드)는 테러방지단(CTU) 요원. 그는 흑인 대통령인 데이빗 파머를 테러리스트로부터 보호하기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딸이 볼모로 잡히고 믿었던 동료의 배신으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지만 결국 그는 임무를 완성한다.
밴티지포인트에 떨어진 미션도 동일하다. 스페인 마요르광장에서 열리는 대테러 방지 협약을 위한 세계 정상회담. 베테랑 경호원 반즈(데니스 퀘이드)와 테일러(매튜 폭스)는 대통령 경호에 투입된다. 철통 같은 경비 속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기 시작한 회담장은 미국 대통령을 환영하는 10만 관중의 환호로 분위기가 고조된다. 하지만 광장의 울려퍼진 두 발의 총성과 함께 대통령이 쓰러지고 현장은 통제 불능상태에 빠진다. 반즈의 활약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그는 암살 위협에 시달리는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를 종횡무진한다. 심지어 10톤 트럭이 자신을 덮치지만 아파할 겨를도 없이 툭툭 털고(?) 사라진 대통령을 찾으러 뛴다.
◇차별화 지점은 이야기 전개=‘리얼 타임 전개’는 밴티지포인트와 24시를 묶어 설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밴티지포인트는 사건을 목격한 8명의 시선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들이 경험한 물리적 시간은 23분. 영화는 12시부터 대통령이 저격된 12시 23분까지의 상황을 실제 시간과 동일한 동일한 러닝 타임(23분)을 배분해 이를 설명한다. 이 점에선 24시도 뒤지지 않는다. 24시는 하루(24시간)를 24개 에피소드로 쪼개 하나의 시즌을 완성한다.
밴티지포인트는 적어도 이야기 전개에 있어선 24시보다 한 수 위다. 24시가 영화와 현실 시간을 동일화하기 위해 거의 모든 장면에서 잭 바우어를 등장시키는 등 주인공을 쉴 새 없이 몰아붙인다면 밴티지포인트는 좀 더 세련된 방법을 사용한다. 주인공 대신 같은 경험을 한 주변 인물들의 시선을 등장시켜 시간의 괴리를 메우는 것이다. 동시간대 벌어진 사건은 포레스트 휘태커, 시고니 위버 등 목격자의 각기 다른 행동을 통해 재구성된다. 반전도 점층된다.
대통령 암살 기도 후 화면은 반즈에게 클로즈업된다. 24시에 익숙한 관객들은 암살범을 쫓는 반즈를 기대하지만 놀랍게도 영화는 23분 전으로 리와인드(Rewind)된다. 암살 전으로 돌아간 영화는 미국 여행객 하워드(포레스트 휘태커)의 시선에 의지한 채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놀랍게도 그가 본 장면은 반즈의 그것과 다르다. 반즈가 포착하지 못한 단서가 하워드의 캠코더에 담긴 것이다. 이런 시선 처리는 8명의 목격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 뒤 멈춘다. 새로운 영화적 매력과 가능성은 각각의 시선이 충돌하는 접점과 그들이 본 화면에서 싹튼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
많이 본 뉴스
-
1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2
코웨이, 10년만에 음식물처리기 시장 재진입 '시동'
-
3
'주사율 한계 돌파' 삼성D, 세계 첫 500Hz 패널 개발
-
4
현대차, 차세대 아이오닉5에 구글맵 첫 탑재
-
5
나무가, 비전 센싱 기반 신사업 강화…“2027년 매출 6000억 이상”
-
6
속보이재명, '위증교사 1심' 무죄
-
7
서울시, '한강버스' 2척 첫 진수…해상시험 등 거쳐 12월 한강 인도
-
8
이재명, 위증교사 1심 재판서 무죄
-
9
美 한인갱단, '소녀상 모욕' 소말리 응징 예고...“미국 올 생각 접어”
-
10
재생에너지 키운다더니…지자체간 태양광 점용료 4배 차이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