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은 왜 CEO형 대통령을 원했는가

 “엄청난 기술을 개발하면 뭐 합니까. 전혀 쓸 때 없는 규제 때문에 활용을 못하는데요.”

 모 벤처기업 대표의 말이다. 정부의 규제 정도는 당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규제의 심각성을 모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5월 경제계 인사와의 자리에서 규제개혁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제안했다. 정부조차도 규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땅히 대책이 없다는 것을 자임한 셈이다. 한 총리의 제안이 계기가 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5000여개 정부규제의 대대적인 평가를 거쳐 무려 1664건이 개혁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10건 중 3건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IT산업은 하루가 빠르게 변한다. 업계에서는 농담을 섞어 “오늘 기술이 내일 모레면 옛 기술이 된다”는 말을 한다. 정부의 기술변화에 따른 발빠른 대응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법·제도적 기반이 필수다. 피땀 흘려 개발한 기술과 서비스가 막상 정부의 벽에 걸려 시장에 내놓치 조차 못한다면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은 없다.

 IT업계가 이명박 당선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바로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명박 당선자가 본지가 개최한 IT정책포럼에서 밝힌 발언이 무척 와 닿는다. 그는 “산업과 기업이 발전하는 데 정부가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도우미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서 “차기 정부의 역할은 아주 작은 감독, 무엇을 도와줄 것인지 하는 정책방향을 갖고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부 한 관계자는 “모든 정책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막상 이렇게 하면 저쪽에서 반대해 힘들고 반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공약 내용만으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것은 아니다. 그의 추진력과 실천력이 다른 후보에 비해 뛰어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7% 성장, 일자리 300만개 조성, 과학기술강국 건설, 첨단산업 무역강국 건설 등 그가 내세운 주요 목표와 비전들이 ‘이명박’이기에 달성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 당선자는 기업인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많이 쌓았다. 그의 말대로 중소기업 말단 직원으로 시작해 대기업 CEO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겪었다. 당연히 정부 정책 가운데 어떤 것이 필요하고 또한 문제가 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규제의 최소화, 세율의 최소화, 기업 서비스의 글로벌 스탠더드화, 노사관계의 법치화로써 세계 최고의 기업환경 조성.’ 이 당선자의 이 같은 공약이 그의 기업 CEO 정신을 바탕으로 강력히 추진한다면 한국 IT산업의 부활은 결코 머지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