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국가 R&D예산 10조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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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이 2001년도에 5조원을 넘어선 이래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08년 예산 요구 안은 10조8596억원이다. 이는 전체 나라살림규모(257조3207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4.2% 수준이며 올해 대비 증가율은 11.2%로 전체나라살림증가율(7.9%)보다 높다. 그러나 정부 R&D 투자액의 절대 규모는 미국의 15분의 1, 일본의 3분의 1, 독일과 프랑스의 2분의 1 수준이다.

 정부는 ‘2007∼201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매년 R&D 투자를 1조원씩 늘려간다는 방침을 세워 예산 비중도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국가 R&D 사업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배분·조정하며 기획예산처는 이를 반영해 예산을 편성한다. 과기부 산하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국가과학기술위의 사업배분·조정에 앞서 R&D 프로젝트와 관련된 정부 부처별 사업을 총괄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국가R&D사업의 성과평가도 담당하고 있다. 정부 R&D 예산의 부처별 배분을 보면 교육인적자원부·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방위사업청의 5개 부처가 쓰는 예산이 전체의 4분의 3을 웃돈다.

 연구단계별로는 산업화·제품화 등과 직접 연계되는 개발 연구에 R&D 예산의 절반 이상이 쓰이고 기초연구와 응용연구에 각각 25% 안팎이 배정되고 있다. 이에 비해 과학기술 선진국인 미국은 기초연구에 45.9%, 영국은 응용연구에 54.4%를 배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다. 연구수행 주제별로는 공공연구소에서 R&D 예산의 51%를 사용했고 대학에 21.7%, 기업연구소에 17.2% 등이 배정됐다.

 그동안 IT분야에서는 정부출연연구소 중심으로 기업과 함께 TDX·CDMA·와이브로와 같은 괄목할 만한 실적과 로열티 수입을 거두어오고 있는 반면에 일부 특허를 위한 특허를 양산하고 지역균형에 부적절한 과다 예산을 투입하고 연줄로 연구과제를 수주한다든가 연구능력이 떨어져 벤처기업에 하도급을 준다든가 하는 비정상적 과제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선진국형 연구관리기법인 프로젝트매니저(PM)제도를 확립해 민간전문가들이 예산을 집행하고 연구 결과를 관리하는 방법, 즉 전문가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고 이를 냉정히 평가하는 시스템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향후 한국 과학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면 첫째, 우리는 전략적으로 과학기술 분야의 미개척 영역을 개척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선진추격형 R&D에서 독창적 원천기술을 창출하는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

 둘째, 국내 과학기술지식의 수요와 공급 격차를 해소, 기업의 지식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셋째, 아직 규모 면에서 선진국과 격차가 크므로 이를 감안해 R&D 투자와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넷째, 확충되는 재원을 취약 부문에 집중 투입함으로써 상호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R&D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그동안 덧붙이기 식으로 확대해온 국가R&D사업을 새로운 틀과 체계에 맞춰 재구성해야 한다. 또 복잡다기한 각 부처 국가R&D사업을 단순화하고 명료하게 재정비하며 운영 시스템도 통일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분야 및 기술육성 성격이 강했던 사업을 철저히 목표지향적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국가R&D사업을 경제와 산업 발전, 삶의 질 향상, 지속가능한 발전, 에너지·자원확보, 사회 시스템 및 사회안전 고도화, 국가안보 및 국위선양, 과학기술지식의 전반적 증진 같은 7대 사업으로 크게 분류해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박항구/소암시스텔 회장 gb@soamsy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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