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동의 보감](39)우울증(憂鬱症)의 극복과 한의학적 치료(2)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다른 사람이 내 속을 모르는 것은 괜찮다. 내가 나의 마음 속을 잘 모르니 이것이 참 어려운 일이다.

 진료실의 문을 열고 중년의 여자 환자가 들어왔다. 겉으로 별로 부족함이 없어 보였지만 속에서 우러나는 삶의 의욕과 기쁨은 시들대로 시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얼굴이었다.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는 환자는 우울증의 증상을 호소했다. 사는 낙이 없고 자꾸 기분이 가라앉으며 무엇을 하고 싶은 의욕이 전혀 없다고 한다. 머리가 맑지 않고 팔다리가 무겁고 힘이 빠지며 식욕도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한다. 심할 때는 며칠을 이불 속에 누워서 일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상담을 계속하면서 들어 보니 남편과의 불화로 젊을 때 이혼을 하고 아이 둘을 키웠는데 그때만 해도 열심히 사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장성하고 나서 자신이 바라는 것처럼 따라주지 않자 차츰 다툼이 생기고 급기야 첫째 자식의 결혼 문제로 의견이 벌어지자 첫째와는 연락을 끊고 사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처음에는 자식을 향한 실망과 분노, 배신감이 많았는데 지금은 다 생각하기 싫고 사는 것이 아무 낙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아직도 불만족·배신감·분노 그리고 자식에 대한 안쓰러움 등이 무기력과 함께 뒤섞여 있었다. 이 분께는 침과 한약 치료도 병행을 했지만 주요 처방으로 첫째 자식과 마치 대화하듯 하루 10분씩 편지식의 글을 쓰도록 했다. 자식에게 전달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솔직하게 자신 속 감정의 실체를 알게 하려는 처방이었다. 이 분은 약 1개월의 치료기간 동안 우울증의 증상을 모두 극복하고 첫째 자식과 연락을 해보려 하고 있었다. 불만족, 배신감이라는 감정의 껍질이 벗겨지고 자식을 향한 사랑을 회복한 것이다.

 우울증이 오는 것은 사는 낙이 없을 때다. 그냥 심심한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내 삶에는 없다고 느낄 때의, 저 깊은 바닥의 불만족감이 우울증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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