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피, 한국 대표하는 또다른 브랜드로 키워야

 이동통신 시장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던 위피(WIPI: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에 대해 어제 정부가 새로운 발전전략을 내놓았다. 이 안에 따르면 정보통신부는 위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세대 규격 개발과 콘텐츠 호환성 향상 및 제작보급 활성화 그리고 해외 진출 강화와 민간 중심 위피 추진주체 확립 등에 나설 계획이다.

 사실 이번에 발표된 안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동통신사업자를 비롯해 단말기 제조사, 솔루션 및 콘텐츠 업체 등이 그동안 꾸준히 요구해온 것이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때늦은 감도 있다. 애초 정부가 지난 2001년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위피 개발을 추진하면서 내건 명분은 단일 표준으로 중복 개발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이통사 간 위피 플랫폼이 달라 무선인터넷 콘텐츠가 완벽하게 호환하지 못했고, 위피 개발 속도가 늦어 신규 서비스를 곧바로 지원하지 못했다. 또 다른 목표였던 토종 기술의 해외시장 진출도 곳곳에서 암초를 만났다. 위피가 원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경쟁력·비즈니스 모델·세계화 등에서 어느 것 하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못 낸 것이다.

 위피가 이처럼 초라한 신세로 전락한 것은 우선 정부의 책임이 크다.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을 보호하기에 급급해 큰 그림도 없는 상태에서 위피를 탄생시켰다. 여기다 정책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정책 기조도 흔들렸다. 업계는 업계대로 자사 이익에만 몰두했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저마다 딴생각을 한 것이다.

 위피를 탑재한 휴대폰은 올 6월 현재 전체 단말기의 63%나 된다. 이는 정부가 지난 2002년 5월 위피를 무선인터넷 플랫폼 표준으로 채택한 데 이어 2005년 4월에는 모든 휴대폰에 의무적으로 탑재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시장과 소비자가 원해서라기보다 정부가 정책 성공을 위해 애쓴 탓이다. 비록 브루와 자바 같은 글로벌 플랫폼은 아니지만 위피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다. 게다가 우리는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우수한 솔루션과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콘텐츠 업체를 갖고 있다. 이들이 선순환만 일으킨다면 위피가 당초 목표대로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도 당당히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수 시장 활성화 등 앞으로 위피가 넘어야 할 과제들이 쉽지 않다. 무엇보다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는 위피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오픈모바일얼라이언스(OMA)·오픈모바일터미널플랫폼(OMTP) 같은 국제 기구를 이용해 국제 표준화를 추진한다는데 이 역시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그러나 위피가 ‘국내용’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들 단체와 연대하고 협력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위피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위피 하나만 가지고서는 그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한계가 있다. 솔루션·애플리케이션·콘텐츠 업체가 우수하고도 다양한 성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세계 시장에서 위피가 부각할 수 있다. 위피가 한국을 대표하는 또 다른 브랜드가 되려면 이번에 발표된 발전전략을 차근차근 실행하는 것이 일차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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