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머니, 하이테크 기업 눈독

 중동의 ‘오일 머니’가 글로벌 IT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두바이계 투자펀드인 ‘두바이 인터내셔널 캐피털(DIC)·사진’은 ‘상당한’ 규모의 소니 지분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소니에 앞서 불과 일주일 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토후국인 아부다비의 투자사 ‘무바달라 디벨러프먼트 컴퍼니’가 AMD 지분 8.1%를 사들이는 등 중동 자금이 IT시장에 급속하게 흘러들어 오고 있다. 그동안 주로 유럽과 미국을 겨냥했던 DIC가 일본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DIC는 정확한 투자 액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6월 DIC가 15억달러를 일본계 상장사 한두 곳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들어 대략 3% 안팎의 지분이라고 로이터는 예측했다. 일본에서 상장 기업은 5% 미만이면 공시 의무가 없다. 지난 2004년 설립한 DIC는 두바이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가 소유한 사모 펀드며 120억달러의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스의 눈

 ‘오일 달러’ 흐름이 심상치 않다. 원유 가격 상승으로 재정이 풍부해지고 달러 약세로 기업 가치가 하락해진 상황을 적극 활용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겨냥하는 ‘사냥감’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하나는 아시아 시장으로 대표적 사례가 DIC의 소니 지분 인수다. DIC는 2004년 설립됐지만 펀드 규모가 120억달러에 이른다. 실제로 DIC는 미국·유럽·중동에 편중됐던 투자처를 다양화한다는 차원에서 아시아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회사는 20% 안팎인 아시아 투자 비중을 올해 안에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DIC는 이를 뒷받침하듯 이번 투자에 앞서 홍콩 HSBC와 인도 ICICI 은행 지분도 인수했다.

 나머지는 첨단기술 기업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특히 달러 약세를 등에 업고 상대적으로 가치가 하락한 미국계 IT기업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아부다비 정부가 설립한 투자 회사인 무바달라·마스다스가 그 선두에 서 있다. 무바달라는 DIC의 소니 지분 인수 발표 일주일 전 AMD 주식 8.1%를 취득했다. 예상 투자액은 5억5000만∼7억달러 규모.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부다비 정부는 두바이와 카타르처럼 자국의 경제 기반을 튼튼히 하기 위해 기술 기업의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단순한 주식 취득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무바달라는 AMD 건에 앞서 미국 텍사스주 소재 LED 업체와 사모펀드인 칼라일 지분도 인수했다. 아부다비가 설립한 또 다른 투자 펀드인 ‘마스다르’는 아부다비에 MIT와 함께 대체 에너지 대학원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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