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유명한 연설 내용 중 한 토막이다. 몇 십년 전 언급한 이 말이 최근의 정치판과 딱 들어맞는 것 같아 세상을 관통하는 진리의 위대함에 새삼 경외감마저 느껴진다.
대덕특구 내 20여 출연연에는 유난히 투서가 많다. 과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는 골프채 등을 상납받았다는 투서만으로 기관장 두 명이 낙마했다. 대덕특구본부의 전신인 대덕연구단지관리본부의 모 기관장도 잘못된 경영을 지적하는 투서로 결국 옷을 벗었다. ETRI에서는 투서자가 밝혀져 오히려 해당 연구원이 ‘피박’을 쓰기도 했다. 한국과학재단에서는 투서자를 발본색원, 반드시 응징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최근에는 국감 때 과기정위 술자리 파동 보도로 ‘오보이건 어쨌건’ 출연연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졌다. ‘허무’하게 끝난 사건이지만 이 경우도 제보가 빚어낸 결과다. 27일에는 신임 원자력연구원장 선정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의례껏 나오는 것이 아니라 법조계에서 일하는 가족 중의 한명이 도움을 줬다는 등의 ‘카더라’ 통신이 난무하고 있다. 실상 박창규 전 원자력연구원장도 제보에 의해 낙마했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그래서 대덕특구 연구원을 빗대 ‘잘난 사람이 너무 많은 콩가루 집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난 주말 과학기술인 300여명이 참여하는 ‘한마음’ 등반대회가 계룡산에서 개최됐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장과 연구원이 화창한 날씨 속에 너나 할 것 없이 등산복 차림으로 산행하며 곳곳에서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 꽃을 피우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과학기술계 원로인 채영복 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장이 인사말에서 “과기부총리께서 기상청장에게 부탁해 날씨마저 좋은 것 아니냐, 또 기상청장은 하느님에게 연락해 좋은 날씨를 받았다”는 덕담까지 곁들여 분위기를 한껏 돋워 놓으니, 우의가 절로 솟는다.
그렇다면 매년 한 달씩 연구원을 단체 연수시키는 방안을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박희범 전국취재팀장@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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