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기업 돕는데 IT지원기관들 `한마음`

 기업 지원기관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과거 사업 중복성이 논란이 될 만큼 유사한 지원사업으로 눈총을 받았던 기관들이 최근에는 힘을 모아 기업 돕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공급자 위주에서 탈피해 수요자 중심의 지원 정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에 무엇이 필요한지, 어느 부분의 지원이 모자라는지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기관별로 제공해 왔던 유사 서비스를 한데 모으거나 기관 고유의 전문성을 살려 협력하는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시험·장비 공동 지원부터 정보지원·기술사업화·투자유치에 이르기까지 기관 간 지원 역량을 결집,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이 때문에 지원 서비스의 질도 한층 개선되고 전문성과 효율성도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은 미흡하지만 지원기관들의 새로운 시도에 수요자인 기업의 시각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기술사업화·투자유치 ‘맞손’=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와 대전첨단산업진흥재단은 지역의 대표적인 기업지원기관으로, 지난해부터 유기적인 공동 협력 체제로 기업 지원에 저극 나서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협력 사업으로 첨단기술사업화 시범사업을 들 수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총 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바이오니아·씨아이제이·넥센나노텍·에이티엔·포스트마이크 5곳을 선정, 연구소와 대학 등으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경비를 지원했다.

 두 기관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발굴한 이 사업은 벌써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이 현재까지 특허출원 3건, 계약 및 협약 체결 4건 등의 성과를 냈으며 제품 상용화를 통한 내년 매출액만 1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이 사업에 참여한 바이오니아는 신소재 탄소나노튜브·금속 나노복합 재료의 대량 생산체제 기틀을 구축하는 데 성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LED 열 전달용 코팅 재료로 공급했으며 한국항공·국방과학연구소 등과도 제품 공급을 협의 중이다. 2008년 50억원에 이어 2010년에는 150억원 이상의 매출실적을 올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에이티엔은 하이패스 서비스 융합단말기를 상용화해 도로공사와 시설물관리 시범사업 단말기 및 중계기지국 납품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최근에는 현대자동차 서비스 총괄본부 등과도 제품 공급 계약을 했다. 2008년도 예상 매출액을 100억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

 대덕특구지원본부와 대전첨단재단은 이러한 성과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유대와 협력을 통해 기술이전 확산 및 신시장 창출 등 포스트 시범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앞서 양 기관은 지난해 9월 초 공동으로 ‘대전 IT기업 투자유치 설명회’를 열고 지역기업들의 투자 유치 기회를 확대하는 장을 마련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기업지원통합시스템 구축으로 ‘한마음’=광주지역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전략산업인 광·전자·자동차·디자인·문화 산업 육성을 지원하고 있는 13개 기관이 전략적 기업지원서비스 및 구축자원 재활용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참여 기관은 광주테크노파크·광주단지혁신클러스터추진단·광주디자인센터·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전자부품연구원 광주지역본부·한국광기술원·한국광산업진흥회·한국생산기술연구원 광주연구센터·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광통신연구센터 등이다. 이들 기관은 국비나 지방비 지원 없이 자발적으로 필요한 사업비를 조달해 각종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이들 기관은 한 기관 및 개인에서 벗어나 공동의 이익을 실현한다는 의미로 ‘강강술래’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국내 최고의 기업지원서비스 기관으로 도약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각종 사업을 공동 주관하거나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실질적이고 유기적인 클러스터 모범 사례를 창출한다는 포부다.

 현재 각 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업체정보와 인력(전문가), 장비 정보 등을 통합해 단일창구 정보 제공 및 통합 웹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또 연구개발(R&D)과 교육·마케팅·기술이전 등과 같은 각종 기업지원 콘텐츠도 적극 확대하고 있다. 한국광산업진흥회 관계자는 “기업지원통합시스템이 구축됨에 따라 지역 내 스타기업 탄생과 고용 증대, 기업 매출액 향상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성 살린 기업지원 효과 ‘톡톡’=특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기관들의 협업사업은 대구경북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임베디드산업 활성화를 위해 매년 대구에서 개최되고 있는 대구국제임베디드콘퍼런스(DEC)와 대구임베디드산업전(DEX)은 지역 혁신지원기관인 대구테크노파크와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 각각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배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사례다.

 진흥원은 콘퍼런스 부문을 맡아 전문가를 통해 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기업에 제공해주고 있으며 TP는 관련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참가자들에게 소개함으로써 끌어주고 밀어주는 대회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 행사에는 두 기관 외에도 대한임베디드공학회와 임베디드SW산업협의회 등이 공동으로 참가해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대구에서 시작해 현재 우리나라 대표적인 e펀 페스티벌로 성장한 대구 e펀도 진흥원이 주관하지만 한국게임산업진흥원과 한국게임산업협회 등이 후원으로 참여해 행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e펀의 성공요인은 국내 CT 관련 행사와는 달리 독특한 행사 아이템뿐만 아니라 행사를 준비하는 e펀 사무국을 중심으로 지역 학생들의 자원봉사와 지원기관들의 적극적인 행사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험·장비공동 지원은 ‘기본’=부산테크노파크와 경남테크노파크·울산산업진흥테크노파크·포항테크노파크의 동남권 4개 테크노파크는 지난 9월 ‘동남해테크노파크 장비공동이용 협약식’을 갖고 지역 중소기업에 고가장비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동남해 테크노파크가 보유한 장비의 공동이용을 통해 시험연구장비 및 시설부재로 인한 기업의 기술개발 애로를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다.

 부산울산중소기업청(청장 이유종)은 올해 들어 한국기기유화시험연구원, 한국화학시험연구원 부산경남지원과 각각 협약을 맺고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시험·연구장비 공동 활용에 나서고 있다. 또 정부 정책자금 외에 지역신용보증재단연합회와 공동으로 소상공인지원자금 1000억원을 조성, 지난 상반기부터 금리 연 5.4%, 1년 거치 4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창원혁신클러스터추진단(단장 이상천)은 창원대학교와 ‘기업부설 연구소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부설연구소를 설립할 때 연구계획서 등 서류 작성은 물론이고 연구소 개소 초기의 연구개발 방향 설정 및 회사에 적합한 인력과 장비 구축 등을 컨설팅해주고 필요 부문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또 기업이 시제품 아이템만 가지고 있는 경우 이를 구체화하고 설계 등을 지원하는 ‘시제품 아이템 지원사업’을 한국폴리텍대학과 공동으로 펼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울산혁신클러스터추진단(단장 임육기)과 부산울산중소기업청은 지난 2005년부터 울산지역 각종 지원기관이 참여하는 지원기관협의회를 결성, 클러스터 사업의 조기 정착 및 성공적 추진을 도모하고 있다. 협의회의 주요기능은 클러스터 주요사업에 대한 심의·조정, 사업별 투자계획의 조정 및 보완, 미니클러스터에서 발굴된 과제의 연계 지원 등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울산 롯데호텔에서 ‘혁신클러스터사업 2007 제2차 지원기관협의회’를 갖기도 했다. 임육기 울산혁신클러스터추진단장은 “대기업 위주로 편성된 울산지역 경제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원기관 간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실질적이고 포괄적인 기업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지원기관협의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을 사업수행과정에서 적극 반영해 혁신클러스터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국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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