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 벤처들이 기업공개(IPO)를 지상 과제로 삼는 것은 옛말이 됐다. 그들의 목표는 인수합병(M&A)의 ‘먹잇감’이 되는 것.
19일 실리콘밸리닷컴은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신생업체의 10%만 상장하고 90%는 M&A를 택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90년대의 IPO 활황은 볼 수 없다고 보도했다.
전미벤처캐피털협회(NVCA) 자료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상장한 기술기업 수는 연평균 27개. 1990년대 매년 157개 기업이 공개에 나섰던 것에 비하면 7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에 구글·MS·IBM·HP·시스코 등 대기업으로 성장한 ‘공룡’들은 한 달이 멀다 하고 기업 M&A를 발표하고 있다. 구글만 해도 올해에만 애드스케이프(비디오게임 광고), 트렌달라이저(SW), 그랜드센트럴(VOIP), 징쿠(모바일 SNS) 등 14건의 기업인수를 단행했다.
신생 벤처들이 기업공개를 회피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강화된 회계규정 때문. 사상 최대의 회계 부정 사건인 엔론 사태 이후 제정된 ‘사베인스옥슬리법’은 신생 업체로선 감당하기 힘든 IPO 비용 부담을 지운다.
월스트리트 관계자에 따르면 소기업 기준으로 상장을 유지하는 데 매년 200만∼500만달러의 추가 비용이 든다. 성장 엔진이 돼야 할 자금 밑천을 상장 유지비로 써버리는 꼴이 된다.
일각에서는 IT 컨버전스가 확대되면서 신생 벤처의 활동 폭이 크지 않다는 이유도 든다. 마이크로소프트에 ‘텔미’라는 스마트폰 솔루션 업체를 무려 10억달러에 팔아버린 마이크 맥큐 CEO도 월가보다는 피인수를 선호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인생은 짧다. 수백만명이 아닌 수천만명을 대상으로 한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든든한 힘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회사의 잠재력을 최대한 꽃피우지도 못한 채 기업 생명력을 끝내버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테드 시라인 NVCA 회장이자 클라이너퍼킨스 파트너는 “2004년 구글 상장 당시에도 이 회사를 인수하려는 대기업이 많았다. 만약 구글이 안정적인 피인수를 택했더라면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구글의 폭발적인 힘과 창의성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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