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LPL) 간 교차구매가 처음으로 성사됐다. 삼성전자가 LG필립스LCD(LPL) 협력사인 디엠에스로부터 7세대용 고집적 세정장비를 구매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교차구매 성사는 지난 9월 삼성전자와 LPL이 상생협력위원회에서 일부 제한되는 장비 및 재료를 제외한 전 품목의 교차구매를 허용하기로 합의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다.
삼성과 LG 측이 그동안 교차구매에 관해 원칙만 합의했지 세부품목을 명시하지 않아 실효성이 의문시됐는데 이번에 실제 발주가 이뤄짐에 따라 그간의 의혹을 말끔히 씻을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교차구매는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주종관계가 고착돼 있는 국내 산업계 현실에서는 전례 없는 일이다. 기존 거래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국내 중소협력업체가 다른 거래처에 제품을 납품한다는 것은 그동안 상상하기조차 힘들었다. 따라서 이번에 삼성전자와 LPL 협력사 간 납품 거래는 대기업 간 상생분위기 조성은 물론이고 그동안 교차 공급을 주저해온 중소협력업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교차구매가 실험단계를 넘어 활성화 단계에 들어가면 중소 장비·부품 협력사는 글로벌화에 성큼 다가설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분위기 확산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앞으로 중소협력업체가 삼성과 LG 양쪽에 장비나 부품 공급을 확대하면 협력업체의 경영 안정성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R&D 집중력을 높여 국내 장비 및 재료업체의 국제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번 교차구매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이번에 디엠에스가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고집적 세정장비는 이미 대만의 LCD업체가 상당량 구매한 제품이라고 한다. 화학기상증착기·스퍼터 등 핵심 공정장비와 바로 연결할 수 있는 도킹시스템을 갖춘데다 크기도 기존 세정장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대만LCD업체의 원가 절감에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이런 장비를 대만업체는 진작부터 구매해 LCD완제품의 원가경쟁력을 높였는데 정작 국내 업체는 국내 경쟁사를 향한 견제심리 때문에 외면해왔다는 것은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번 교차구매를 발판으로 점차 교차구매 품목을 확대하고 저변을 확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래야만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번에 삼성 쪽에서 먼저 상생의 몸짓을 보였으니 앞으로 LG 측에서도 삼성의 협력사로부터 경쟁력 있는 장비및 재료를 구매해 화답한다면 디스플레이 업계의 상생 분위기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나아가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TV사업 부문이 그동안 대만에서 수입하던 일부 LCD패널을 각각 국내에서 조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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