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 법칙` 8년 연속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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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태평로 삼성 본관에서 열린 30나노 64기가 낸드플래시 발표회 마지막 무렵 등장한 황창규 반도체 총괄 사장에게 기자들이 질문공세를 펼치고 있다.   정동수기자@전자신문, dschung@

 황창규. 그는 건재했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스포트라이트는 고사했다. 단지 여유로움으로 건재를 간접적으로 과시했다.

 23일 오전 삼성전자 지하 국제회의실. ‘황의 법칙 입증 발표회장’인 이곳에 정작 주인공인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은 없었다. 황 사장은 발표회가 끝난 뒤 이어진 태평로클럽 오찬자리에 들러 착석도 하지 않은 채 단 5분 인사만 하고는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갔다. 칩거를 끝내고 오랜만에 보인 모습치고는 좀 싱거웠다.

 올 한 해 삼성전자 반도체를 둘러싼 크고 작은 좋지 않은 일들이 이어졌다. 반도체 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지난 8월에는 기흥 반도체사업장에서 정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황의 법칙’이 깨졌다는 소문까지 들어 넘겨야 했다. 특히 황 사장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가 하이닉스에 비해 수율이 뒤처졌다’며 강하게 질책하는 상황까지 감수했다. 경질설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황창규 사장은 3분기 영업이익을 2배 이상 끌어올린 ‘어닝 서프라이즈’의 성적표를 내놓으며 삼성전자 반도체를 둘러싼 우려를 잠시 잠재웠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창규야, 이번에 1조원(영업이익)을 넘겨야 너의 건재함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을 텐데”라며 애정이 담긴 한 마디를 던졌다는 후문이다.

 이번에 또다시 세계 최초로 30나노 공정의 벽을 뚫으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실적과 기술력 모두에서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다. ‘메모리 절대강자’임을 확인시켰다.

 황창규 사장의 건재를 호사가들은 ‘황의 부활’로 표현한다. 하지만 황 사장은 ‘그때도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일관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목표를 향해 전진해 왔을 뿐이다. 삼성반도체는 지금 업그레이드 중이고 그 역할을 황 사장은 ‘칩거’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까지 어느 때보다 조용히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의 ‘수율’과 관련된 질책도 그만큼 황사장을 믿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삼성 주변사람들의 분석이다.

 이유야 어째됐건 황창규 사장은 여전히 건재했다. 발표회장에 참석하지 않은 황 사장이 오찬장에 인사차 들른 것도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다. 그의 깜짝 출현은 ‘쓸데없는 오해’를 우려한 삼성 고위관계자들의 끈질긴 권유로 성사됐다는 전언이다.

 황 사장은 삼성전자 반도체의 가장 큰 행사가 개인에게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주변에 피력해 왔다. 더욱이 황 사장은 평소, ‘황의 법칙’이라고 말을 꺼내면 ‘메모리 신성장론’이라고 고쳐 답할 만큼,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언론에 의해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법칙에 부담을 표현해 왔다. 이번 ‘메모리 신성장론 입증 발표회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도 황 사장이 이 행사를 ‘삼성반도체의 법칙 입증 발표회장’으로 승화시키려는 평소 생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엘리베이터까지 쫓아 들어가 던진 “황의 법칙을 삼성반도체의 법칙으로 다시 부르면 어떻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황 사장은 웃으며 이인용 전무가 답변할 것이라고 미뤘다. 이에 이 전무는 “메모리 신성장론이라는 좋은 표현도 있지 않습니까”며 황 사장의 마음을 대변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황 사장은 이미 지난 8월 30나노 64Gb 낸드플래시 개발을 끝내 놓고, 주변에 이번 발표회에는 자신이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몇 번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시 일하러 가야지요.” 여느 때처럼 농담을 던지며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가는 황 사장의 환한 얼굴에는 여유가 배어 있었다.

 삼성전자의 성과가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을 피하려고 갖은 억측 속에서도 발표회에 불참한 황 사장의 태도는 역으로 ‘자신감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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