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과 중소기업간 협력 관계는 궁극적으로 국가 공공의 이익 창출과 직결돼 있는만큼 대·중소기업간 협력 관계 못지 않게 중요한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와 대동기술단이 공동 개발한 스프링식 자동장력 조정장치는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제품의 국산화를 통해 관련 기술의 경쟁력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수입대체 효과로 국가 공공의 이익을 극대화한 성공적인 상생 협력 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 두산인프라코어와 세양정공이 힘을 합쳐 개발한 공작기계 ‘PUMA시리즈’는 대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측이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며, 중소기업인 세양정공이 매출 확대를 통해 안정된 판로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의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은 지난 2005년을 정점으로 더 이상 확대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도출되고 있다. 비록 수요기관이 올해 들어 32개 기관으로 확대되고 있기는 하지만 지원 과제 수는 연간 60∼70개 수준에서 더 이상 증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매 발생 시점과 구매액도 민간 부문 사업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다.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제품개발을 마친 과제가 132개에 달하고 있지만, 이 중 구매가 발생한 과제는 94개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민간 부문처럼 제품 개발 후 곧바로 구매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공공부문의 개발 과제에 한해 구매 발생률이 저조하고 더딘 이유는 제품 성능 시험 기간이 민간 부문보다 훨씬 길다는 점이다. 제품 개발 이후에도 평균 1년 이상의 추가 성능 시험 기간이 소요된다. 공공기관의 사업 성격상 안전성이 최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성능 시험을 거친 이후에도 문제다. 대기업에 비해 구매 결정이 더딜 뿐만 아니라 제품 구매 예산도 대기업만큼 넉넉지 못하다. 과제에 참여했던 중소기업들이 공공기관과 협력을 기피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중기청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 원인 분석을 통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공공과제에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에는 성능시험 기간을 개발 기간으로 포함해 과제를 지원하고 있다”며 “과제 기간을 차별화해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선미·임동식기자@전자신문, smshin·dslim@
◆대동기술단
대동기술단(사장 김낙경)과 한국철도공사가 공동 개발한 ‘스프링식 자동 장력 조정장치’는 대동기술단이 17년간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가 집약된 신제품이다.
이 제품은 합성 전차선의 장력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고, 유지보수비가 전혀 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급유를 하거나 정기적인 부품 교환도 필요없다. 기존 활차식 장력 조정장치에 비해 제품 기대 수명도 15년 이상 크게 늘었다. 이 제품을 활용할 경우 터널 및 교량 등 토목 공사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다.
스프링식 자동 장력 조정장치의 국산화 성공으로 그동안 제품 전량을 일본 수입에 의존하던 철도공사의 구매 패턴도 달라졌다. 대당 1100만원에 달했던 제품 가격이 700만∼800만원대로 낮아진 데다 품질도 우수해 굳이 외국제품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대동기술단은 제품 개발 후 지난 2년여간 철도공사에 30억원 규모의 제품(총 370여대)을 납품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제품은 현재 고속철도(KTX) 경부선, 호남선을 비롯해 수도권 및 전국 전기철도에서 운영하는 전라·장항선 등 주요선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비록 대기업 부문 과제에 참여한 기업들에 비해서는 납품 규모가 많지 않지만, 제품 개발 과정에서 얻은 성과도 만만치 않다. 국내 전기분야 설계, 공사·감리, 제조 부문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해온 이 회사가 신제품 개발을 통해 회사의 기술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가장 중요한 성과는 일본 최대 자동차 스프링 업체인 NHK로부터 장력장치와 관련된 기술을 습득해 자체 기술화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도 장력장치와 관련된 고도의 기술은 일본과 한국만이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차선 금구류 제작사인 일본 덴교로부터 장력장치를 포함하는 일본 전차선 시스템 기술을 습득,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고충도 만만치 않았다. 일본 기업들과의 기술 제휴가 체결되기까지 수 차례 문전박대를 받은 것이나, 제품 개발 후 1년여간에 걸쳐 이어진 엄격한 제품 성능 검사 등은 대동기술단의 인내심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혹독한 시험 과정을 거친 탓인지 최근에는 중국 내 여러 기업들로부터 제품 구입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대동기술단의 목표는 향후 10년 내 1000억원대 매출 기업으로 우뚝 서는 것이다. 지난해 경기도 화성에 설립한 제품 생산 공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김낙경 사장>
“끊임없는 R&D 활동으로 좋은 회사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공공기관의 움직임도 지금보다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김낙경 대동기술단 사장은 “일본의 경우 회사가 망하지 않고 100년 동안 존속하는 기업이 상당히 많다”면서 “여기에는 업체가 힘들 때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매에 나서 어느 정도 판로 단절의 위험을 줄여준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우리나라의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 사업이 일본의 제도와 유사한 점이 많다는 이야기로도 들린다.
김 사장은 “대기업과 달리 공공기관은 중소기업제품 구매를 위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며 “공을 들여 개발해 놓은 신제품인만큼 공공기관과 중소기업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여건과 제도로 보완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현 제도에 의한 제품 개발 기간이 2년으로 한정돼 다소 짧다는 생각이 든다”며 “장기적으로 단기·중기·전략 과제 등으로 다양하게 구분해 제품 개발에서 판로까지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세양정공
세양정공(대표 유병현)과 두산인프라코어가 개발한 공작기계 ‘PUMA시리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PUMA시리즈 개발로 두산은 공작기계분야 글로벌 톱5 진입 발판을 마련했고 세양정공은 대규모 매출 확대를 넘어 중소기업이 갖기 어려운 기술 개발 자신감을 확보했다.
PUMA시리즈는 부품이 아닌 모듈화된 완제품이고 이를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여전히 많은 수의 중소기업이 부품 개발에 치우치는 현 상황에서 완제품 개발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대기업에 버금가는 기술 수준을 인정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독자적인 판로 확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듈화된 완제품은 곧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모듈화에 필요한 셀 생산으로 원가 경쟁력 확보도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PUMA시리즈가 고속·고정밀도의 상용화 등 기술 축적 성과와 함께 경제적인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또 다양한 니즈에 대응하는 시리즈 모델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수출 경쟁력도 한단계 높였다. 실제로 개발 이후 기술+경제형 제품으로서 매출과 고용 증대·수입 대체 효과까지 이끌어내 국내 기계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PAMA시리즈는 지난 3월부터 양산에 들어가 PUMA280 등 4개 기종이 월 평균 40대 이상씩 판매되고 있다. 세양정공은 올 연말까지 450대 판매는 무난할 것으로 보고 내년에는 이 PUMA시리즈 만으로 연 1000대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대당 가격이 7000만원대여서 7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이 예상된다.
세양정공은 PUMA시리즈 개발을 계기로 지속적인 품질 관리 및 기술 업그레이드를 이뤄 중소기업이 갖출 수 있는 최대한의 전문 영역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두산인프라코어와의 지속적인 윈윈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한편 마크·인증 획득으로 미래 새로운 협력에도 미리 대비해 나가려 하고 있다.
<유병현 사장>
“중소기업의 R&D 활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아무리 좋은 기술과 장비를 개발해도 시장에서 인정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함께 발전하기 위해 신뢰관계 구축과 확대가 필요합니다.”
유병현 사장은 중소기업의 현실에 바탕을 둔 실질적인 대·중소 상생협력을 강조했다. 냉정한 시장 현실에서 중소기업의 홀로서기가 어려운 만큼 대기업과 협력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특히 그는 “어느 시장이나 대기업이 뛰어들기 어려운 틈새가 분명히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은 바로 이러한 분야에서 나올 수 있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이끌고 나간다면 함께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이어 유 사장은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좋은 제도임에도 아직 잘 모르는 중소기업이 많은 것 같다. 더 많이 알려서 더 좋은 상생협력 과제와 성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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