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즐거운 인생’

 “언젠가 터질 거야!”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20년 전 대학가요제 지역예선에서 세 번이나 떨어졌던 록밴드 ‘활화산’의 대표곡 ‘터질 거야’의 노랫말 때문이다. ‘활화산’은 영화 ‘즐거운 인생’ 안에서 다시 타오르고 있다.

 “당신도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하고 살아!”

 코끝이 시리고 눈에 눈물이 고인다. 공부 잘하는 두 아들의 사교육비를 마련하려고 낮엔 택배, 밤엔 대리운전기사로 뛰는 성욱(김윤석 분)이 “나는 뭐 하고 싶은 거 없어서 이렇게 사는 줄 알아”라는 아내의 성화에 되돌려준 대사 때문이다.

 “끝까지 노래할 거야!”

 기어이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 ‘활화산’이 20년 만에 선보인 새 노래 ‘즐거운 인생’의 가사에 담긴 명예퇴직자 기영(정진영 분)·성욱·기러기아빠 혁수(김상호 분) 등 불쌍한 아버지들에게 이입된 감정이 하나로 모여 분출한다.

 지난달 12일 개봉한 ‘즐거운 인생’ 관람객이 117만명을 넘어서며 장기 상영되고 있다. 웃으라고 만든 영화인데 소리죽여 우는 아저씨·아주머니가 많다고 한다. 코미디를 보며 운다? 그 이유를 직접 확인해보자. 먼저 토요일 아침 일찍 아내와 함께 가까운 영화관으로 달려간다. 미리 영화 정보를 챙기지 말자. 그냥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한국영화를 골라 조조할인으로 반값에 즐긴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있되 짜증나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한국영화가 깊어졌다. 혹시 돈 쏟아붓느라 내용이 어설픈 영화를 만난다면 인터넷에 혹독한 댓글을 달아주는 것도 좋겠다.

 최근 연세대 남북한 직업연구센터가 지목한 ‘10년 뒤 쇠퇴할 직업 10개’에 영화배우도 포함됐다. 한미 FTA에 따라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스크린쿼터)가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것. 과연 그럴까. 좌석 앞뒤 간격이 1m도 되지 않아 불편함을 참아가며 영화를 즐기던 시절에는 스크린쿼터가 절박했다. 직배 영화를 상영하는 곳에 뱀까지 풀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과 휴대폰에 살아숨쉬는 ‘입소문’이 좋은 영화를 만들도록 끊임없이 부추긴다. 영화를 즐기는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한국영화는 10년 뒤에도 여전히 ‘즐거울’ 것이다.

 이은용 정책팀 차장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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