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 도용· 사설(프리) 서버· 불법복제· 불법 개변조· 사행성 조장· 소스 프로그램 해킹.
게임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선진적 이용 문화 조성을 해치는 독버섯들이다. 산업 자체로는 동력이나 기반, 시스템 등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많이 갖췄지만, 여전히 저변의 인식이나 시장 자정 기능은 저급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횡행하는 불법과 싸우는 것에 해외시장에서 써야 할 전력을 소진 당하고 있는 셈이다. ‘블랙마켓’을 ‘블루마켓’으로 개조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지금도 대형 검색포털에 들어가 검색창에 ‘리니지 프리서버’를 치면, 수만건의 정보가 우루루 쏟아진다. 소스프로그램 구하는 방법에서부터, 서버구축 요령, 설치후 이용자 모집 등 돈버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친절하고도(?)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사설 서버’는 그야말로 온라인게임의 ‘해적판’ 서비스다. 그런데도 이를 불법으로 여기지 않고, 돈 안들이고 쉽게 돈을 벌 수 있게하는 새로운 기술인 양 무차별적으로 번지고 있다.
‘금칙어’ 적용이나 검색결과 제한 조치가 부분적으로 이뤄지고는 있어도 하루 수백건씩 새로 업데이트돼 쏟아져 나오는 게시물은 그야말로 저작권법과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등 현행법을 있으나 마나한 존재로 만들어 버릴 정도다.
최근 검찰은 악덕 사설서버 운영업자를 처음으로 처벌한 데 이어, 단순한 일시 이용자가 아닌 무리지어 이용자를 끌고 다니며 ‘호객’에 가까운 이용자 모집 활동을 펼치는 일부 이용자에 대해서도 처벌을 위한 법률적인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최근 불법 사설서버 문제는 단순한 국내 산업피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단복제된 서버프로그램과 운영법 등이 중국으로 건너가 국내 산업에 대한 막대한 2차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우리 내부에서 만들어진 ‘가시’가 해외에서 ‘비수’가 돼 우리를 향해 날아들고 있는 꼴이다.
요즘 어린이와 젊은 여성층 사이에 최고의 인기선물이 돼버린 ‘닌텐도DS’ 때문에 최고의 호황을 맞고 있는 시장이 또하나 있다. 오히려 정식 타이틀시장 보다 각광 받고 있다는 전자상가 복제물 난전.
R4, 슈퍼카드 등 닌텐도DS용 불법복제 게임 구동카드와 메모리를 함께 구매하면,20∼30종의 타이틀을 메모리에 담아주는 식으로 급속 판매되고 있다.
정품타이틀 가격의 불과 10분의1 가격이면, 하나의 칩으로 여러 게임을 즐길 수 있다보니 없어서 못파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급기야 닌텐도코리아는 불법다운로드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자와 게시자 일부를 수사당국에 형사고발까지 했으나 기세는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예전 큰 호황을 누렸던 국내 PC게임시장이 이제는 1년에 국산 신작 한편을 내놓지 못할 정도로 ‘죽어버린’ 것에는 불법복제가 직접적 원인이 됐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당시엔 ‘공짜’가 좋아 썼지만, 지금은 우리 게임이 아닌 외산 게임만 즐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깊은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아케이드게임시장엔 불법 개변조가 독초처럼 자라고 있다.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등급을 받은 게임과는 내용부터 방식까지 전혀 다른 게임이 시장에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온나라를 휩쓴 ‘바다이야기’ 사태도 결국 등급받는 게임과 시장에 풀린 게임이 전혀 다른 불법 개변조에 의해 만들어졌다.
일부 악덕 불법개변조 업자들의 농간과 유혹에 전 아케이드게임업계가 발목 잡혀 있는 상황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 사후 관리팀이 지속적인 단속과 모니터링 활동을 펴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불법은 쉽사리 꼬리가 잡히지 않고 있다.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폭력성·선정성 논란은 지금까지는 물론 앞으로도 영원히 게임업계가 짊어지고 가야 할 난제일 수 밖에 없다. 법적으로 규정된 심의제도와 등급분류제도가 존재하지만, 어린이·청소년들은 여전히 ‘18세 이상 성인게임’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 놓여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게임 제공자 또는 업체에게만 돌릴 수 없는 문제다. 부모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게임 등록과 이용에 대한 부작용은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제거해 줘야 한다.
이재성 엔씨소프트 이사는 “불법적인 관행과 버릇을 그대로 두고는 산업의 선진화, 성장의 지속성을 기대할 수 없다”며 “정부,업계,이용자 등 세 주체의 능동적인 불법 퇴치 의지와 노력만이 게임산업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라고 말했다.
◆세계 석학 대거 방한
게임문화 관련 세계 석학들이 대거 한국으로 몰려온다.
게임산업진흥원과 게임산업협회·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 오는 25일 대구 전시컨벤션센터(EXCO)에서 개최하는 ‘제1회 세계 게임문화 콘퍼런스’에 그레그 라스토카 러트거스 캠든대 교수, 이관민 스탠포드대 교수, 더글러스 토머스 서던 캘리포니아대 교수 등 저명 학자들이 한꺼번에 참가하는 것.
그동안 국내에서 진행된 국제 개발자콘퍼런스(KGDC), 아시아온라인게임콘퍼런스(AOGC) 등에 게임 개발자·경영자들이 대거 참가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 처럼 게임문화와 관련된 학자들이 일시에 몰리기는 세계적으로도 처음있는 일이다.
이번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맡은 그레그 나스토카 교수는 게임관련 지적재산권 이론에 정통한 인물이다. 특히 해킹, 복제와 관련된 법이론에 탁월한 견해를 밝힐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미시건대에서 통신학 석사와 스탠포드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한국계 이관민 교수는 ‘게임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지난 연구들의 고찰’ 주제의 발표를 통해 게임이 인간 성장과 사회활동에 어떤 긍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또 세계디지털게임연구협회(DiGRA) 부회장을 맡고 있는 더글러스 토마스 교수는 ‘21세기 교육 툴로서의 가상세계’ 발표를 통해 게임행동학과 관련된 해박한 이론을 설파한다.
한국 게임산업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켄 심 마이크로소프트아시아 개발담당 매니저는 원소스멀티유스(OSMU) 중심의 게임 활용방안에 대한 전략과 이론을 공개할 계획이다.
또 세계적인 인기게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 제작을 지휘했던 마크 테라노 오스틴게임즈콘퍼런스 고문은 ‘커뮤니티의 세가지 원’이란 주제의 발표를 통해 건전한 소통과 커뮤니티 도구로서의 게임과 관련된 이론을 밝히게 된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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