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덴마크식 창의력과 기업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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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시되는 휴대폰·노트북PC는 물론이고 각종 AV기기, 심지어 주방 및 거실에서 사용하는 생활용품까지 ‘블루투스(bluetooth)’라는 말이 빠지면 왠지 어색할 정도다. 블루투스는 우리 생활의 일부분으로 급속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무선 전화기와 휴대폰이 세상에 빛을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3.5세대 이동통신과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으로 언제 어디서나 e메일을 주고받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블루투스 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있다. 북유럽의 작지만 강한 나라 덴마크다. 10세기 덴마크에는 바이킹 헤럴드 블루투스라는 왕이 있었다. 이 왕은 당시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통일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아마추어 역사가이자 인텔의 기술자인 짐 카다크는 무선 통신 세계를 통합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컴퓨터 칩이 개발된 것을 보고 이 덴마크 왕의 이름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카다크는 이 칩에 블루투스라는 ‘애칭’을 붙였고 이것이 지금까지 공식적인 용어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북유럽의 작은 나라 덴마크는 우리나라 면적의 절반도 채 안 되는 유럽의 작은 국가지만 세계적이고 창의적인 브랜드와 디자인을 무수히 많이 가지고 있다. 세계적인 완구 회사인 ‘레고’, 명품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올룹슨’, 세계 1위 풍력발전 에너지 기업인 ‘베스타스’, 우주 비행사가 달을 촬영하는 전문가용 카메라로 유명한 ‘핫셀블라드’를 비롯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독특한 분야의 제품이 알고 보면 덴마크 기업의 제품인 것이 많다.

 이처럼 덴마크는 IT를 비롯, 에너지·디자인·건설·조선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글로벌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small but top’을 지향하고 있는 이들 기업은 작은 분야에서도 최선을 다해 전문성을 키워 특화된 분야에서 빛나는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 일상생활 속에서 폭넓은 시야와 세계 각국의 문화를 포용하는 능력은 북유럽인이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는 작은 나라에서 보고 배워야 할 점이다.

 덴마크의 기업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보고체계가 훨씬 유동적이고 동등한 관계에서 그만큼의 창의력을 발산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현재 블루투스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는 GN의 자브라(Jabra) 브랜드가 어찌 보면 작은 분야인 블루투스 헤드세트 분야에 매진해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덴마크식 창의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덴마크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꼽힌다.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모범적인 노사관계로 양질의 업무 생산능력을 보인다. 이로 인해 매년 3%가 넘는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실업률은 4%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덴마크 노동시장의 모델을 ‘유연안정성(flexicurity)’이라는 말로 표현하곤 한다.

 덴마크의 기업구조는 이처럼 거대 재벌기업이 많은 부분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우리와 다소 상반되는 모습이다. 최근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구조를 재정비하고 기술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는 이유도 이와 다름아닐 것이다.

 더 이상 세계는 규모만 보고 기업을 판단하지 않는다.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경쟁력과 품질에서 신뢰가 없다면 도태되고 마는 것이다.

 한때 국내에는 ‘벤처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 수많은 국내의 벤처기업이 문을 닫아야만 했다. 비록 규모는 작을지언정 기술력과 품질에서 오는 자신감으로 세계 일류를 이뤄가는 기업의 모습. 어쩌면 기술과 기업의 장벽조차 모호해지는 이때에 덴마크의 ‘small but top’ 정신은 지금 우리의 많은 벤처기업이 배워야 할 점일 것이다. 한국의 기업이 바이킹이 돼 세계를 지배할 날을 그려본다.

◆최병필 지앤넷컴코리아 지사장 bpchoi@jab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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