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파격

 7년 만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파격’이다. 파격으로 시작해서 파격으로 마쳤다. 일정한 격식을 깨뜨린다는 의미로 쓰이는 ‘파격’이라는 단어가 이번처럼 자주 등장하고 또 잘 어울렸던 적을 찾기는 힘들 것 같다.

 먼저, 노무현 대통령은 전용차(벤츠 방탄차)로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에 이르러 하차한 후 도보로 ‘금단의 선’을 넘어 북으로 건너갔다. 파격은 평양 환영 행사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노 대통령 일행이 2시간여 동안 개성과 평양 간 고속도로를 달려가는 사이 평양에서의 환영 영접행사장은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 광장에서 ‘4.25 문화회관’으로 바뀌었고 영접의 주체나 환영 방식도 파격적으로 바뀌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깜짝 등장한 것.

 노 대통령은 2일 밤 환영만찬 도중 갑자기 사회자 자리로 나가 “신명난 김에 김정일 위원장과 김영남 상임위원장, 두 분의 건강을 위해 건배를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다운 화끈하고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이튿날 오후에 열린 정상회담에서는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 체류 일정을 연장해 달라”는 파격·돌출 제안을 하기도 했다.

 파격의 하이라이트는 4일 발표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다. 문구 조정에 끝까지 신경전을 펼쳤다는 후문이지만 종전선언문제 추진, ‘통신·통관·통행’ 3통 문제 해결 노력과 경제특구건설,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설치 등 기존 6.15공동선언문 등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임하면서 “무리한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역사의 순리가 현실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제는 남북경협을 생산적 투자협력으로, 쌍방향 협력으로 발전시켜서 우리에게는 투자의 기회가, 북쪽에는 경제회복의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한 내용이 구체적인 문구로 담겼다. 파격이라는 면에서 남과 북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두 정상이 만나 도출해 낸 합의문은 가히 파격이라 할 수 있겠다.

  정책팀·주문정차장,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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