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다음달부터 국내 시판할 예정인 새 MP3플레이어 ‘아이팟 터치’의 국내 판매가격이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애플의 온라인 쇼핑인 ‘애플 스토어’에 게시된 아아팟 터치(8Gb 기준)의 국가별 판매가격을 비교한 결과 국내 출시가격이 32만4000원으로 일본·홍콩·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와 비교하면 5.9%, 홍콩보다는 13.9% 비싼 가격이다. 인접국가인 일본보다도 무려 10.5%나 비싸다. 똑같은 제품에 소비자가 훨씬 많은 돈을 치러야 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국내 소비자가 실상을 정확히 안다면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나올 것이 분명하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애플의 모든 제품 가격은 본사에서 전 세계 동일하게 책정한다”며 “나라별로 차이가 있는 것은 통관세 등 제품에 부과되는 세금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싱가포르와 홍콩 가격이 같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본지가 ‘애플스토어’에서 확인한 결과 홍콩과 싱가포르의 판매가격은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대해 애플코리아 측은 “본사에서 정한 고정 환율로 인한 차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코리아 측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 소비자가 다른 아시아 국가 소비자보다 많은 돈을 지급해야 하는지 명쾌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애플코리아 측이 국내 가격정책을 납득할 수 있게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것은 소비자를 경시하는 태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세계 젊은이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아이팟의 명성에 기대어 우리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높은 가격이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질 좋은 서비스와 애프터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저렴하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일본과 비교해보면 이런 기대는 애초부터 글렀다. 국내 소비자는 일본 소비자와 달리 자국어 입력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아이팟 터치의 장점인 와이파이를 통한 인터넷 접속 시 한글은 볼 수 있지만 검색과 글쓰기는 불가능하다. 지금도 우리나라 소비자는 애플의 독자적인 음악 포맷 때문에 아이튠스에서 다운로드한 음악을 바로 재생할 수 없는 불편을 겪고 있다.
애플은 지금부터라도 세계적인 기업에 걸맞은 소비자 정책과 의식을 갖춰야 한다. 아시아 시장에서 왜 유독 한국의 소비자가 많은 돈을 치르면서도 이에 걸맞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지 명쾌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합당한 이유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국가별 형평을 고려해주는 게 맞다.
2바이트 한글 입력 지원 등 국내 환경에 맞는 기능도 소비자가 원한다면 빨리 제공해주는 것이 옳다. 한국에 사는 미국인을 겨냥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바에야 국내 소비자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켜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애플은 그동안 국내 소비자가 애프터 서비스 등에 많은 불만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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