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체 간 합종연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샤프가 최근 파이어니어의 414억엔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양사의 자본·업무 제휴는 빅터와 켄우드 간 경영통합 발표 이후 불과 두 달만이다. 지난 7월에는 도시바와가 NEC·후지쯔가 삼성전자에 맞서 반도체 연합군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일본 전자업체 대기업 사이에 이처럼 전면적인 자본·업무 제휴가 이뤄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파이어니어는 PDP TV 사업의 부진으로 최근 실적이 급전직하다. 최대 라이벌인 샤프와의 연합은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스도 타미히코 파이어니어 사장은 “제휴 외에 대안은 없었다”며 이번 ‘피섞기’의 절박성을 표현했다.
양사는 차세대 DVD 기기 등 개발 부담이 큰 분야부터 협력을 추진한다. 부품의 공통 이용도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방안이다. 가타야마 미키오 샤프 사장 말대로 ‘3개월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첨단 디지털 기기 시장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업체와도 손 잡을 수 있다는 게 일본 전자업계의 최근 정서다.
가타야마 사장은 “필요 기술을 자사에서만 조달하려는 발상은 낡은 사고”라며 이번 제휴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제휴로 파이어니어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샤프산 액정 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샤프 역시 거액의 비용을 들여 지은 신설 공장라인을 이번 제휴로 일거에 풀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지난 4월 40대 젊은 나이에 샤프의 CEO로 취임한 가타야마 사장은 오사카 사카이시에 액정 공장 신설을 밀어붙였다. 이 공장을 중심으로 샤프는 ‘액정 콤비나트(combinat)’ 등 디스플레이 관련 사업을 집중시킨다는 전략이다. 공장 신설에 들어간 비용만 1조엔. 관련 업계서는 ‘상식을 뛰어 넘은 공격적인 자세’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파이어니어의 자랑인 ‘내비게이션’ 분야를 교두보로, 샤프는 지금까지 군침만 삼키던 자동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장기적으로는 유기EL TV의 공동 개발까지 논의되고 있다.
다만 샤프가 파이어니어의 최대주주가 된 반면, 파이어니어는 샤프의 주식을 1%도 안되게 갖는 상황에서 ‘수평적 제휴’를 운운하는 것은 무리다. 따라서 파이어니어의 실적이 단시일내 회복되지 않으면 이번 ‘샤프-파이어니어 연합’ 형태는 또 다른 국면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
국제 많이 본 뉴스
-
1
공중화장실 휴지에 '이 자국'있다면...“절대 사용하지 마세요”
-
2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체포…ICC 체포영장 집행
-
3
“인도서 또”… 女 관광객 집단 성폭행, 동행한 남성은 익사
-
4
“초상화와 다르다”던 모차르트, 두개골로 복원한 얼굴은
-
5
“하늘을 나는 선박 곧 나온다”…씨글라이더, 1차 테스트 완료 [숏폼]
-
6
중국 동물원의 '뚱보 흑표범' 논란? [숏폼]
-
7
가스관 통해 우크라 급습하는 러 특수부대 [숏폼]
-
8
“체중에 짓눌려 온몸에 멍이” … 튀르키예 정부도 경고한 '먹방'
-
9
'Bye-Bye' 한마디 남기고....반려견 버린 비정한 주인 [숏폼]
-
10
영화 같은 탈옥... 인도네시아 교도소서 50여 명 넘게 도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