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도 선거철마다 부는 이동통신 요금 인하 바람을 비껴가기 힘들 전망이다. 국민에게 실질적인 통신요금 인하 혜택을 주려면 정치적 논리보다 철저한 분석과 계획을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를 중심으로 또다시 터져나왔다.
◇곤혹스러운 정통부=정보통신부는 5일 청와대가 전날 ‘이동통신 요금 합리화’를 언급하자 구체적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정통부는 공교롭게도 장관이 같은날 취임사로 “통신요금 결정 방식을 시장경제 원리를 중심으로 가겠다”라고 천명한 직후 나온 청와대의 발표에 당혹스러워했다. 그렇다해도 당장 어떤 형태로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입장이다. 정통부는 저소득층과 노인,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요금 인하를 유도하면서 일반인에 대해선 가상이동망사업자(MVNO) 허용 등을 통한 경쟁 촉진으로 요금 인하 효과를 거두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이르면 추석전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향만 놓고 보면 청와대의 요구와 기존 정책기조를 모두 충족시키고자 하는 고민의 흔적이 배어나온다.
◇요금 인하는 선거철 단골 손님=업계는 ‘예상했던 이벤트’라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적잖이 실망한 눈치다. 선거철마다 되풀이하는 요금 인하가 이번만큼은 없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선거와 이동통신 요금 인하는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99년 이후 이동통신 요금 인하는 주로 총선과 대선을 전후로 이뤄졌다. <표 참조>
정치권, 시민단체로선 아무래도 선거철에 요금문제를 제기하면 효과가 높다. 정부도 이를 무시하지 못하거나 또는 선심 행정의 유혹을 받기 쉽다. 선거철에 요금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문제는 선거철 요금 인하가 치밀한 시장 분석 없이 이뤄지기 쉽다는 점이다. 2003년과 2006년 발신자번호표시(CID) 가격 인하 또는 무료화에는 원가 구조에 대한 연구 결과와 같은 근거가 있었지만 선거 때마다 나온 요금 인하는 대부분 뚜렷한 근거가 없었다는 게 사업자들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떠밀려서 요금을 내린 셈이다.
◇내려도 통신비 지출은 되레 늘어나=눈여겨볼 것은 2000년 이후 수차례 요금인하를 단행했어도 가계 통신비 지출 비중은 계속 늘어났다는 점이다. 요금이 내린 2002년 1분기 가계통신비는 월 10만9697원이었지만 2분기엔 11만원 437원으로 올라갔다. 2003년 1분기도 12만 246원에서 2분기 12만7556원으로 올랐다. 소비수준의 향상과 멀티미디어 콘텐츠 증가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요금이 인하되면 더 많이 쓰려는 소비 심리도 상당 부분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이러한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선 요금 인하를 통한 민생 안정이라는 정책적 효과를 보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선거 때마다 터져나오는 통신요금 인하 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