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공동위성을 쏘아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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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무궁화 위성이 미국 우주센터에서 날아오르던 날이었다. 당시 허리케인이 올라와 한국에서 간 참관자들이 숙소를 옮기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로켓발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하지만 한쪽 엔진 추력에 문제가 생겨 간신히 궤도 진입에 성공했어도 위성 수명은 짧아졌다. 이는 한국으로써는 천운이었다. 왜냐하면 단시간 내에 또 다른 위성을 올리면서 여러 가지 노하우를 빨리 습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이전인 70년대에 최초의 태평양 인텔샛지국을 금산에서 개통해 위성 운영기술 면에서 최고의 수준을 보유한 터였다. 이 때문에 우리는 자체 위성을 보유하고 궤도 진입이나 관제 기술과 함께 운영 유지 기술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이다.

 하지만 스카이라이프로 상징되는 위성방송은 가입자가 겨우 몇백만 수준에 머물러 있어 다른 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애초부터 500km 미만의 위성 통신은 수익성이 어려워 통신과 방송을 복합으로 설계, 나름대로 채산성을 맞췄지만 방송에서는 여전히 취약성을 극복하기 어렵다. 하지만 위성 통신 수요는 넘쳐나 통해기(통신·해사·기상) 위성을 또다시 발사할 계획을 진행 중이다.

 우리 영토는 남북 1200km, 동서 700km의 계란형 타원구조를 이루고 있어 압록강 어귀 마안도와 함경북도 온성군 유포진(43도 11초), 마라도와 독도를 잇는 4극단이 우리의 영토다. 이 네 점이 교차하는 곳은 기묘하게도 금강산 비로봉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위성방송이나 위성 통신은 남북을 망라하면 결코 수익성이 없는 것은 아니며, 더구나 산업국가인 우리나라 지형을 감안한다면 유선이나 무선에 비해 훨씬 경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분단이 이를 막고 있는 것이다.

 조선인공(북녘의 국호를 줄인 말)도 오래 전부터 위성통신지구국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태국의 통신 위성을 이용해 위성방송을 하고 있지만 사용료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인공도 ITU로부터 위성궤도와 주파수를 분배받았으나 여러 이유로 아직은 궤도를 비워둔 상태다. 남북의 이런저런 사정을 모두 감안한다면 남북은 공동위성을 가져야 할 당위성과 경제성 그리고 호혜성의 세 가지 측면에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북녘은 궤도를 제공하고 남녘은 위성체와 발사체, 지상설비와 수신설비를 제공하면 된다. 이런 전반적인 비용은 궤도 사용료 약 5000억원을 포함해 1조원 미만이 들것으로 보여 이 정도 돈만 있으면 남북이 공동으로 위성을 보유하고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북녘에는 TV가 200만대(흑백포함), 전화기 150만대, 이동전화 3만대, 컴퓨터 2만∼30만대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유선라디오는 전 가구에 보급돼 있다. 이런 보급률을 감안한다면 남북 공동위성을 활용, 순식간에 모두 디지털로 전환할 수 있으며 향후 북한의 인터넷 보급에도 전향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흔히 방송개방은 체제 붕괴의 전초기지라 해서 북녘이 꺼릴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리랑 축전의 카드섹션에서 나타나듯이 북한은 정보화 입국을 국정 최대 지표로 삼고 있어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북녘의 궤도 지정이 거의 20∼30년이나 겉돌고 있다는 것은 민족의 손실로 봐야 한다. 또 원한다면 남북이 각각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합동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제작할 수 있다. 이는 북한 체제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민족 외연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현재의 디지털 통신 기술은 이런 장벽을 모두 극복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공동위성 확보를 핵심 의제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위성관제국을 DMZ 내에 설치해 남북 기술자들이 공동으로 관제하고 용인과 평양의 사동지구에서 서비스 관문국을 운영한다면 남북이 호혜평등의 차원에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남북공동위성을 쏘아 올림으로써 하늘이 열리고 땅에서 평화가 이룩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진용옥/경희대 전파공학과 교수 chin3p@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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