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알게 돼 큰 기대없이 문을 두드려봤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더라구요”
국내 굴지의 반도체 대기업 개발분야에서 20년 가까이 젊음을 바쳤던 A씨(46). 구조조정의 소용돌이를 피하지 못해 대기업 문을 나서야 했지만, 조금만 준비하면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불안감은 없었다.
하지만 막상 출근할 곳이 없어지고나니, 생활이 달라졌다. 원서도 내봐야하고, 갈만한 회사에 대한 정보도 좀 들어야 하는데, 그럴만한 공간이 생각보다 없었다. 단 몇일, 몇달이 될지 모르지만 집에서 작업을 하기에는 가족들의 눈이 부담스러웠다.
“신문에서 반도체 퇴직자를 위한 전직지원센터가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수소문해서 가 봤는데 나 같은 사람한테 딱이러다구요. 일단 책상·PC·팩스 등이 갖춰져 있고, 같은 분야의 다른 구직자들과 정보도 교환할 수 있고, 전문비서까지 있어 간단한 복사·팩스 등도 처리해 줬습니다. 무엇보다 제 경력에 맞는 중소기업을 추천해주고, 이력서까지 대신 넣어주더라구요.”
A씨는 최근 반도체 전직지원센터의 소개로 자신의 경력을 잘 인정해준 대기업 협력부품업체로부터 와달라는 통보를 받았고, 조만간 그 곳에서 새 인생을 시작할 예정이다.
정부 지원으로 마련된 ‘반도체 전직지원센터’에는 약 10여 개의 책상 위에 PC가 한대씩 놓여있다. 물론 전화와 팩스 등 사무기기도 마련돼 있다. 반도체 퇴직자들의 공동 집무실인 이곳에는 재취업을 준비 중인 반도체인들이 매일 4∼5명씩 찾아오고 몰릴 때는 10여개 자리가 부족하다.
반도체 전직지원센터의 책임자인 반도체산업협회 이치우 차장은 “센터가 본격 가동된 지 이제 4∼5개월 정도 됐는데 150명 이상의 반도체 관련기업 퇴직자들이 방문했고, 센터가 구축하고 있는 ‘퇴직전문인력 DB’에도 90여명이 등록했다”며 “등록된 퇴직자 가운데 20% 정도인 16명이 이미 재취업에 성공했고, 이것이 소문 나면서 DB에 등록하려는 구직자가 크게 늘고 있어 올해 말 500명선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30대 후반부터 50대 후반까지 다양하다. 센터는 반도체분야 대기업 퇴직자 가운데 중소기업 취업 희망자를 선별해 자격사항 및 업무경력에 따라 DB화, 이들의 채용을 원하는 중소기업에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전직지원센터는 단순히 취업만 알선하는 것은 아니다. 창업도 지원한다. 센터의 바로 아래층에 반도체산업협회 지원부서가 있어 정보 습득에도 편리하다.
이 차장은 “현실적으로 나이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50대 퇴직자들 가운데는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며 “창업은 재취업과 달리 준비할 것이 많아 아직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성공사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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