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내가 체신부 경영 분석관으로 체신부로부터 전신전화사업을 분리해 한국통신공사 설립 작업을 완료할 무렵 한국통신공사의 장기 경영 목표를 무엇으로 삼을 것인지를 고민하게 됐다. 당시 최광수 장관에게 보고하고, 전기통신연구소의 김무신 박사, 이재호 부장, 연세대의 강창언 교수 세 사람에게 연구를 의뢰했다. 세 명의 연구결과보고서가 ‘정보화 사회의 기반 구축’이었다. 당시 체신부 차관으로 부임한 오명 박사는 직접 체신부 본부 간부에게 정보화 사회에 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 정보화 사회의 추진이 체신부의 최대 목표가 되게 했다. 그동안의 변화과정을 보자.
정보 매체의 확대=1980년대 초 유선전화 가입자가 300만에도 못 미치던 것을 87년에 1000만 가입자, 그것도 전자식으로 확보해 1가구 1전화 시대의 문을 열었다. 미국과 일본이 각각 1967년, 1977년에 기계식으로 1가구 1전화 시대에 도달한 것에 비하면 10∼20년 뒤졌으나, 오히려 전 가입자에게 전자식으로 서비스를 제공, 정보화시대 진입에 앞장설 수 있었다. 이동 전화도 1990년대 초 경쟁토록 해, 2006년 말 현재 가입자가 4000만을 넘어 1인 1이동전화 시대를 열었고, 교환방식도 CDMA 기술을 미 퀄컴에서 도입, 우리 방식으로 밀어붙여 세계시장의 3할을 CDMA로 지배하고 이동전화 단말기 수출에 획기적 전기를 맞았다.
90년대 1가구 1PC운동을 적극 추진함과 동시에 국산화를 계속 유도, 90년대 중반에 1000만대의 PC가 보급돼 1가구 1PC 시대를 열었다. 데이터 전송, 음성 영상, 양방향 영상까지 가능케 해 인터넷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인터넷 가입자는 현재 2000만을 넘어섰고, 그중 초고속망 가입자는 1400만을 넘어섰다. 통신망도 KT와 한전, SK텔레콤 등을 중심으로 광섬유화, 위성통신망화 등을 이뤄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에 문제점이 없도록 해 우리나라를 인터넷 서비스와 인터넷 기술의 세계적인 테스트베드가 되도록 했다.
기반 기술 확보= 통신과 인터넷의 기본은 컴퓨터며 컴퓨터의 기본은 반도체다. 반도체 기술은 1980년대 말까지 세계시장에서 한참 뒤떨어졌던 것을 체신부가 산하 한국전자통신연구소의 주도로 삼성·금성·현대 등 민간과 합력해 개발하도록 유도, 우여곡절 끝에 삼성이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1위 공급자가 됐다. 대형 컴퓨터도 체신부가 주도, 한국전자통신연구소를 중심으로 민간연구소와 합력 개발토록 해 그 개발품이 국산전자교환기(TDX)에 쓰였고 우리 컴퓨터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정보사회의 급진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1980년대 중반 체신부는 국가기간전산망 계획을 수립, 한국전산원 주도로 추진했고 체신부는 1995년에 정보통신부로 전환해 각종 정보화 관련 법령을 제정해 정보화 사회를 국가적으로 뒷받침하게 됐다.
끊임없이 변해야= 5000년간 이어온 농업사회가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으로 산업사회로 전환됐고, 200년간 이어온 산업사회가 컴퓨터의 발명으로 정보화 사회로 전환됐다가 20년도 안 된 요즘 유비쿼터스 사회로 이전되고 있다. 정보사회의 조기 진입으로 우리나라는 선진국 문턱에 도달했으나, 유비쿼터스 사회에서는 과연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새로운 기기 및 서비스의 발명과 출현 등 주기가 최근에는 1년도 안 된다. 정보이용도 국가·기업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 우리의 의식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옛 것에 매달려 있다.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의식의 신속한 대응만이 승리하는 삶을 보장할 수 있다. 석가도 ‘무상(無常)’을 일러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설파했으며, 예수도 성경에서 하느님은 오늘도 일(창조)하고 계신다고 가르쳐 변하는 세상을 일깨워 주셨다.
유비쿼터스 사회에서 승리자가 되려면 현상에 집착하려는 우리의 의식을 일깨워 계속 변하는 환경, 사회 그리고 변하는 오늘을 인식하고 유비쿼터스 사회의 본질을 직시, 이에 맞는 사람이 되도록 교육 등 모든 면에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박영일 코레스텔 대표 ceo@corres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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