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경쟁자에서 선발대 맞수로’
조수인 삼성전자 부사장이 황창규 사장의 후임으로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으며 전면에 등장하면서, 하이닉스에서 같은 역할로 먼저 자리를 굳힌 최진석 하이닉스 최고기술책임자(부사장)와 맞수 경쟁을 펼친다. 조 부사장은 6월까지 삼성전자 메모리제조센터장, 최 부사장은 4월까지 하이닉스 제조본부장이라는 2인자의 위치에 서 있었다. 지금까지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얼굴없는 경쟁을 치러왔다면 이제는 이름을 걸고 적장으로서 정면 승부를 펼쳐야 한다. 조수인 부사장과 최진석 부사장의 인연은 길다. 조수인 부사장(51)과 최진석 부사장(49)은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시작한 선후배 사이다. 두 사람은 반도체 업계에서는 드물게 순수 국내파이자 R&D분야에서 출발해 제조책임자를 거쳐 메모리 사업 수장이 됐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지금 ‘D램 60나노대 전환’ ‘낸드플래시 50나노대 전환’을 놓고 수율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1, 2위인 두 업체간 미세공정 수율 경쟁은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판도를 좌우할 만큼 중차대한 사안이다.
삼성전자는 68나노 D램 공정에서, 하이닉스반도체는 66나노 D램에서 골드 수율에 도전한다. 양 진영 모두 이미 자신감을 내 보인 상태다. 특히 D램 분야는 두 회사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승부처다. 따라서 메모리사업부장을 새로 맡은 조 부사장으로서는 첫 시험대가 되고 있고, 80나노 경쟁에서 삼성전자에 판정승을 거둔 최 부사장에게는 자존심이 걸려 있다.
두 사람간 경쟁은 황창규 사장과 김종갑 사장간 대리전이라는 성격도 지녔다. 양사 CEO들의 신뢰와 든든한 지원을 받기에 싸움에 임하는 부담은 그 만큼 크다.
조수인 부사장은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의 오른팔이다. 황 사장은 일찌감치 자신의 메모리사업부장 후임으로 조 부사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올해 초 조 부사장에게 메모리제조센터장을 맡은 것도, 제조쪽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는 황사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따라서 조 부사장은 황창규 총괄사장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임을 바탕으로 결전에 임하고 있는 셈이다.
최진석 부사장도 김종갑 사장이 “이미 대내외에서 검증된 사람이기 때문에, 사업의 전권을 주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믿음이 두텁다. 김 사장은 특히 최 부사장이 중심이 돼 끌어올린 제조 경쟁력이 하이닉스 부활의 원동력이 됐다고 판단, 최 부사장의 결정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서로 공통점을 많이 지닌 두 사람이 똑같이 어려운 처지에서 치루게 될 미세공정 경쟁에서 누가 웃게 될지는 모르지만 각자에게는 서로 다른 무기가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출신의 한 CEO는 “두 사람 모두 메모리사업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경력의 소유자지만, 조 부사장은 ‘설계의 달인’, 최 부사장은 ‘공정의 달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두 사람의 성향을 굳이 구분하자면 조 부사장은 차분하고, 최 부사장은 공격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차이가, 작은 변수에도 성패가 갈리는 메모리 수율 경쟁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조수인 부사장 >
△1956년 12월 13일생 △서울대 전자공학 학사, 아주대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79년 삼성전자 입사 △94년 메모리 R&D 설계 업무담당 연구위원 △2003년 D램설계 부사장 △2007년 메모리제조센터장(부사장) △메모리사업부장
<최진석 하이닉스반도체 최고기술책임자 프로필>
△1958년 1월 27일생 △경북대 금속공학 학사 △한양대 재료공학 박사 △84년 삼성전자 입사 △2000년 삼성전자 반도체 300㎜ 개발 팀장 △2001년 하이닉스반도체 입사 R&D 공정담당 △2003년 하이닉스 제조본부장 △2007년 하이닉스반도체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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