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융합 서비스

Photo Image

 최근에 와서 융합이라는 단어가 많이 회자되고 있다. 융합의 사전적인 뜻은 녹아서 하나로 합친다는 것이다. 이는 수소와 산소가 합쳐 물이 되는 화학적인 현상뿐만 아니라 구리와 아연을 섞어서 놋쇠를 만드는 물리적인 현상까지도 포함한다. 어쨌든 두 가지 이상이 합쳐져서 완전히 다른 물질이 된다는 뜻에서 쓰이고 있는 말이다. 요즘 쓰이는 융합은 영어의 Convergence에서 온 말이다. 사실 영어의 Convergence는 어떤 한 장소나 숫자에 수렴하거나 집중한다는 의미지 융합의 뜻은 아니다.

 특히 정보화의 진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Convergence라면 융합이라는 말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보화의 진전으로 IT가 모든 분야에 침투해 들어가서 모든 서비스와 기술을 IT화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지, IT가 아닌 완전히 다른 서비스나 기술이 된다는 뜻의 융합은 IT를 하는 사람으로는 받아들이기가 거북하다. 정보화가 IT가 침투, 해당 기술이나 서비스가 더 나은 기술이나 서비스로 되는 것을 의미한다면 융합이란 단어는 더욱 옳지 않게 생각된다.

 이른바 융합 서비스라는 것을 한번 보자. VoIP는 전화를 인터넷으로 하는 것이다. 이는 기술적으로는 전화의 통신 프로토콜을 인터넷 방식으로, 즉 IP로 바꾼 것이지 전화 자체의 서비스가 변한 것이 아니다. 고객의 위치에서 보면 전화 요금만 획기적으로 싸졌다는 것 외에는 변화된 것이 없다. 통·방 융합도 마찬가지다. 사실 학술적으로는 방송과 통신이 한 번도 분리된 적이 없다. 디지털케이블 TV라든지 IPTV라든지 하는 이른바 통·방 융합 서비스도 기존의 방송 프로토콜을 버리고 인터넷 프로토콜(IP)을 활용하겠다는 것이지 가입자가 방송을 방송 아닌 무슨 다른 서비스로 보는 것은 아니다. 즉 융합 서비스는 인터넷 프로토콜로 수렴하는 것이지 인터넷 프로토콜이 아닌 다른 어떤 것으로 융합되는 것이 아니다.

 또 융합 기술에도 같은 흐름을 볼 수 있다. 이른바 말하는 5T를 관찰하면 융합이라는 용어의 부당성을 쉽게 볼 수 있다. 예로 BT를 보자. BT의 근본이 되는 유전자 공학도 IT, 컴퓨터와 전자현미경을 활용하지 않고 수십만 개의 유전인자를 식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 CT를 보면 기존의 문화상품에 IT를 적용해서 CT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었다는 것은 더욱더 분명하다. 영화의 후반작업에서 IT인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야만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CT에서 IT를 활용하는 것은 후반작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의 보존, 뉴스 클립이나 영상 클립의 보관 검색 등등 수많은 곳에서 IT의 접목을 찾을 수 있다.

 NT도 마찬가지다. 반도체의 미세 가공기술이 없었다면 NT는 상상할 수 없었다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ST도 예외는 아니다. 통신위성이건 GPA위성이건 자원·기상·군용위성이건 모든 위성체의 모든 기능은 IT 없이는 상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로켓 추진체의 분사, 제어에도 IT를 배제하고는 상상할 수 없다.

 이렇듯 모든 신기술은 IT로 수렴하는 것이지 융합돼 완전히 다른 기술이 되는 것이 아니다. IT로의 수렴은 산업혁명 이상의 정보혁명의 진전을 나타내는 것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따라서 융합이라는 용어는 옳은 단어의 선택이라 할 수 없다. 차라리 인터넷 서비스라던지 정보화 기술이라고 부르거나 수렴 서비스·수렴 기술이라 부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양승택 동명대학교 총장 yang@tu.ac.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