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여권 사업 이대론 안된다](하)산업파급효과 고려한 정책 내놔야

 우리나라의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은 정보기술(IT) 산업을 포함한 한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 프로젝트 중 하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본격 체결되면 물자·인력 이동이 자유롭게 되는데 이러한 FTA 효과에 상승 작용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VWP이기 때문이다. 즉 ‘FTA 체결’‘VWP 가입’‘전자여권 도입’ 등의 3가지 사안은 정립(鼎立) 관계인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교통상부는 VWP 가입을 위해 IC칩을 내장한 전자여권 조기 발급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 2월께 전자여권 전면 도입 목표를 하반기 쯤으로 잡았지만 그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방침이다. 하지만 외교부가 전자여권 조기 도입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동전 양면인 IC카드 산업 육성을 소홀히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와 학계로부터 끊이질 않고 있다.

 일반인 입장에서 전자여권은 기존 전사식 여권에 IC칩을 내장한 것으로 단순히 볼 수 있다. 전자여권은 그러나 적지 않은 주요 기술들이 녹아 있다. 칩운영시스템(COS) 기술, 보안 기술, 생체인식 기술, 안테나 패키징 기술, 단말기 기술 뿐만 아니라 관리 운영 기술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의 전자여권 도입 프로젝트는 후방 산업에 놓인 전자여권 관련 산업계에 비약적인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업체가 외교부 전자여권 프로젝트 수행시 그 신뢰도를 토대로 전자운전면허증·선원신분증·전자주민증 등의 다양한 해외 스마트 카드 시장에 진출하는 데 있어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교부 전자여권사업추진단은 전자여권 조기 도입에만 매달린 탓에 정보 접근 통신 채널인 COS의 BAC 기능에 대한 CC 인증 획득을 사전에 요구하고 있다. 내년 3월 국내 업체가 CC 인증 획득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자여권사업추진단 한 관계자는 “올해 발급하는 전자여권은 외산을 사용하는 대신 국내 업체들이 내년 전자여권 2차분 물량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외산 COS가 국내 전자여권에 먼저 도입될 경우 토종 COS로 교체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울 뿐 더러 정부 입장에서도 이를 교체하기 껄끄러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COS 업체 마다 다른 곳에서 전자여권을 발급하지 못하도록 고유의 보안 알고리듬을 COS 탑재하고 있어 토종 COS로 대체할 경우 상호 운용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IC카드 전문가들은 결국 전자여권사업추진단이 현재 입장을 고수할 경우 IC 카드 관련 안방 시장을 외국 업체에 내주는 것은 물론 세계 시장 경쟁에서도 밀려날 것으로 예측한다. 서울대IC카드연구센터 이기한 센터장은 전자여권은 “IC칩·COS·인레이·표지 등으로 구성된다”며 “인레이 기술은 우리나라가 뒤쳐져 있지만 칩·COC 등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 국내·외 기업에 공평하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배영훈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회장은 “국책사업에 있어 기술의 채택은 그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관련 산업에는 물론 국민의 안전과 편리성 제공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검증에 신중해야 한다”며 “안전성 높은 제품을 채택할 수 있도록 공정한 평가와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수민·김인순기자@전자신문, s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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