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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했던 6자 회담이 성공적으로 가고 있는 것은 큰 틀에서 남북경협에 파란등이 켜진 것이다. 북한에 대한 불법지원처럼 인식된 ‘퍼주기’라는 단어는 북한에 대한 지원은 물론이고 북측과 사업을 하는 기업인까지도 단순히 북한을 조건 없이 돕는 이적행위로 폄하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 다시 남북경협에 대한 사회적·국민적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무척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6자 회담 성사가 우리에게 보랏빛 꿈만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약속 이행 여부에 따라 북미관계는 언제든지 흔들릴 가능성이 있으며 명분을 중시하는 북한의 태도 역시 바뀔 수 있다. 특히 북한의 경제관리 시스템은 총대철학을 기반으로 하는 선군정치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어 경제보다 정치 군사 부분이 우선한다. 이 때문에 기회가 올 때 북한에 안정적 투자 사업기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미 잃어버린 몇 번의 기회처럼 또 한 번의 기회가 지나가 버리고 말 것이다.
지금까지 추진해온 개성공단 등 정부주도 사업을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민간 주도형 사업을 접목하는 일이 새로운 남북경협의 전략이 돼야 한다. 남북경협에서 확실한 한 가지 답이 있다면 그것은 기회가 올 때마다 조금씩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일을 한 단계씩 해나가는 것이다.
남북 간 최악의 상황이었던 핵 실험 후에도 중단 없이 진행된 남북 간 대표적 사업을 살펴보면, 첫째가 금강산 관광 사업(현대아산)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단순히 볼거리를 위한 관광으로 북한에 돈을 벌어주는 일이라고 일축하는 것은 올바른 견해라고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처음에 유람선 관광으로 시작된 금강산을 지금은 육로로 당일에 오갈 수 있으며, 북측 안내원의 불편하던 태도도 이제는 별로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 그리고 새로 단장한 깨끗한 아스팔트 도로와 눈부신 가로등은 북한 인민에게는 그간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꿈을 주는 실크로드가 됐고, 남북이 힘을 합해 만들어 놓은 야채온실과 과수나무를 심어 가꾸는 농장도 이제는 금강산을 찾는 모든 관광객에게 신선한 야채를 공급하고도 남을 만큼 훌륭한 영농실습장이 되고 있다. 그곳은 지금 북한의 인민을 위한 시장경제를 준비하는 농업경제실험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가 개성공단 사업이다. 2003년에 시작한 시범단지에는 이미 20여개 공장이 가동되고 있으며 1만여명 이상의 북한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 발전기를 사용해 공장을 가동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은 남에서 보내는 전기로 완전히 해소됐다. 아직 어려움이 없지는 않지만 통신문제도 점점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
셋째가 평양 요지에 들어서고 있는 평양과학기술대학으로 중국 옌볜과학기술대학을 모델로 33만평 부지에 4만여평 13개 동이 현재 80∼9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지금도 꾸준히 현지 방문과 건축이 진행되고 있으며 9∼10월 완공될 예정이다. 특히 이 대학 내에 들어설 지식산업복합단지에는 남북 과학자가 같이 연구하고 일하는 산업연구소가 세워지는데, 이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북한에서 유일한 산학협력 모델이다. 통일을 이루는 한 과정인 남북경협이나 평양과학기술대학 건축 및 운영은 한두 사람의 돈이나 노력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또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 기업인·정치인·종교인·학자·예술인 등 온 국민의 이름으로 평양에 대학이 세워져야 하며 통일을 준비하는 기쁨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곱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먼저 물을 잘 주고 정성껏 가꾸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임완근 남북경제협력진흥원장 cea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