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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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현재 전동 골프카를 제외한 순수 전기차량 보급 대수는 연간 500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들은 전기차 보급에서 우리나라를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다. 미국 GM은 오는 2010년까지 시보레 볼트라는 전기차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해 세계 자동차업계를 긴장시키고 있을 정도다.

◇국내 전기차 시장 현황=우리나라의 전기차 생산은 현대정공이 지난 90년대 초반 미주시장에 2만대의 전동골프카를 수출한 것이 효시다. 현대정공은 곧 골프카 사업에서 손을 뗐고 신성골프카를 비롯한 일부 중소기업들이 관련시장에서 명맥을 잇고 있다.

골프장이 아닌 도로주행용 전기차 개발도 2000년 이후 본격화됐다. 초기 ATTR&D와 한성에코넷 등이 전기승용차, 전기트럭, 전동 3륜차를 의욕적으로 제작했지만 정부의 무관심 속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산 전기차 개발은 한동안 주춤하다가 지난해 세계 유가의 급상승에 힘입어 다시 활발해지는 추세다.

현재 레오존과 아이런모터스, 유림, 에코카, 유로모터스, 시티모터스, 신성골프카, 코브코, 파워EV 등 9개 업체가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시장 확대는 요원하다. 번호판도 못단 전기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공간은 고작 유원지, 공장, 도서지역 등에 불과하다. 어쩌다 해외시장에서 주문이 들어와도 대부분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를 실제로 양산할 자본력이 없어 중간에 포기하기 십상이다.

◇왜 그런가=국내 친환경 자동차 보급사업은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구동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만 집중되고 있다. 시중에 나온 하이브리드 차량들은 기존 자동차 제조라인을 그대로 사용하는 장점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이 적극 밀고 있다.

반면 전기자동차는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에너지 효율은 크게 높아졌지만 우리나라의 도로교통법상으로 도로진입조차 불가능하다. 이에따라 정부가 도로교통법을 개정, 미국, EU 등 선진국처럼 저속차량(LSV:Low Speed Vehicle)이란 별도의 차량등급을 만드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중소업체가 만든 전기차량이 대기업이 수천억원씩 들여서 개발한 자동차의 안전·충돌 규격을 통과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기차업체 레오존의 이정용 사장은 “업계요구는 정부지원이 아니라 전기차가 도로주행이라도 가능하게 법적 제약만 풀어달라는 것”이라면서 전기차 시장에 대한 정부관심을 촉구했다.

하지만 건교부 관계자들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전기차량에는 형식승인을 내줄 수 없다면서 제도개선에 여전히 부정적 입장이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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