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원산지 기준 단일화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개별반도체와 복합칩, 메모리모듈은 후공정 소재지를 원산지로 채택됐으나 메모리칩,시스템반도체칩 등 모놀리식 반도체는 미국의 반대로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WSC총회가 1년에 한 번씩 열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가별로 원산지 규정을 다르게 적용하는 혼란은 최악의 경우 1년 이상 지속될 전망이다.
10일 정부와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세계반도체협의회(WSC)가 지난 5월 총회를 통해 다수 의견으로 합의한 ‘팹 소재지 기준 원산지 규정’이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WTO 원산지위원회(CRO) 상정됐으나 미국측의 반대로 최종 부결됐다.
WTO CRO는 지난달 26일∼28일까지 열린 정례 회의에서 ‘팹 소재지를 기준으로 하는 원산지 규정에 대해 미국측이 이견을 제시하고 있어 최종 의견이 불일치한다’며 WSC에 재검토를 요청했다.
미국을 제외한 한국·일본·대만·중국·EU는 반도체 원산지 기준으로 웨이퍼가 생산되는 팹 소재지로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일치를 본 상태지만, 미국 만이 패키징(후공정) 공장의 소재지가 원산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WSC총회에서 ‘팹 소재지 안’이 다수 의견으로 모아진 만큼 이번 WTO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WTO CRO에서 기대와 달리 미국측 의견에 무게를 두면서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미국 측은 패키징 기준을 주장하는 이유로 △팹(전공정) 기준으로 하면 패키징 공정후 칩의 제조국을 확인하기 어렵고, 조립공정에서 칩 생산국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불필요한 업무가 생기며 △패키징 기준으로 하면 패키징 공정에서 바로 마킹이 가능하기 때문에 업무 및 비용 부담이 줄며 △전공정을 기준으로 할 때는 제조국 확인이 어려워 불법 제조 제품이 양산되기 쉽다는 점을 들고 있다. 미국은 현재 후공정 공장 소재지를 원산지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반면 팹 기준을 주장하는 5개국은 △후공정 기준으로 해도 불법 제조 제품은 양산될 수 있으며 △반도체는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팹 공정에서 부가가치의 80% 이상이 발생하고 칩의 성격을 결정짓는 것도 전공정이라는 논리를 일관되게 펴고 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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