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IT공약이 없는 대선이라니…

#2002년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12대 국정과제라는 것을 내놓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 동북아경제 중심국가 건설 그리고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

참여정부 출범 나흘 전 대통령인수위원회가 공표한 것들이다.

 그러자 IT분야 관계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IT분야의 정책과제가 왜 하나도 없느냐는 불만이었다. 당시 IT는 ‘e코리아’로 한참 성가를 올리는 중이었고 GDP 비중은 이미 11%대를 넘어서고 있었다. 12대 과제 가운데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이라는 것도 그랬다. 핵심 고급인력 1만 양성, 남북 과기협력 강화 등으로 구성된 세부 과제 어디를 봐도 IT라는 단어가 없었다.

 참여정부 출범 후 두 번째 맞는 주말에 장관과 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한 국정토론회가 열렸다. 대통령이 IT분야의 ‘성난 민심’에 답했다. “IT가 정부를 먹여살린 핵심코드였다. IT분야에서 TDX, 반도체, CDMA를 이을 차세대 먹거리를 찾아보자.”

 참여정부 전반기를 휩쓸던 10대 성장동력 찾기는 이래서 나왔다.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던 정통부 장관은 IT 839전략을 기획했다. e코리아가 u코리아로 업그레이드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그나마 정부 쪽에서 이렇게 빠른 보폭을 보인 것은 대통령의 IT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10대 성장동력 찾기와 IT839 전략은 각계 호응에도 불구하고 임기 후반 들어 추진 동력이 떨어지면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예산 지원 등이 현저하게 줄면서 성과물도 미약해진 것이다. 대통령후보 시절이나 대통령인수위에서 이런 계획을 마련했더라면 5년 임기에 적어도 1년 정도의 추진동력은 더 벌수 있지 않았겠는가.



 #2007년

요즘 여론 지지율 30∼40%를 오르내리는 유력 대선 예비후보들이 관심사다. 한 후보는 500여㎞의 운하를 뚫어 200여㎞의 바닷길을 단축하겠다는 한반도대운하 건설과 경제성장 7%, 국민소득 4만달러 하는 식의 747경제대국 같은 공약을 걸었다. 다른 후보 역시 열차페리, U자형 국토개발, 산업단지 회생프로젝트 같은 공약을 내놨지만 IT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8T라는 과학기술 공약 역시 NT(나노)·BT(생명)·ST(우주항공)·CT(문화)·MT(해양)·ET(환경)·FT(퓨전) 등을 나열해 놓은 수준이다.

 물론 각 대선 캠프에서 보자면 IT는 아직 각론 수준일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는 경제회생이나 고용안정이 더 큰 집표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캠프가 어떻게 판단하든 IT는 우리 경제의 총론으로 격상된 지 오래다. 통상국가인 우리나라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IT 비중은 35%에 육박하고 산업비율도 20%대다. 개인이나 기업의 관심도 이런 양적 증가를 넘어 통·방융합과 같은 고부가치 창출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 IT의 급속한 발전이 가져다 준 경제적 괴리와 충격도 그렇다. 이를테면 IT산업이 발전할수록 고용률을 떨어뜨리는, 생산과 고용의 불균형도 이미 경제 총론 범주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현재 겪는 고용불안이 ‘IT강국’의 후유증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IT분야를 지속적으로 드라이브해야 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시점에 나온 대운하 건설이나 국토개발 같은 공약들이 ‘20세기식’이라 비판받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차기 정부는 IT강국의 문을 연 국민의 정부나 이를 계승한 참여정부를 넘어 IT강국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이치다. 대통령을 꿈꾸는 이라면 지금쯤은 이런 공약을 개발할 시점이다. 5년 전의 아쉬움이 되풀이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서현진 정책팀장·부국장대우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