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직장 1위 구글?…떠나는 직원들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구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1년에 수백만통의 이력서가 쇄도하고 ‘엔지니어들이 선호하는 직장 1위’로 꼽히는 구글이 실리콘밸리 신생업체들에 인재를 빼앗기고 있는 것.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리콘밸리 구직자 사이에서 구글의 인기가 차츰 사그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이유로 직원 1만2000명의 어엿한 대기업으로 성장한 구글이 벤처 시절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업무 환경과 막대한 스톡옵션 등 매력을 더이상 발산하지 못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 때문에 심지어 구글 직원들까지도 우르르 퇴사, 미래 가능성이 더 큰 벤처로 이탈하고 있다. 과거 구글을 선택한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구글을 등지는 이유가 됐다.

  ◇비대해진 구글 앞에서 작아지는 직원들, ‘떠나자’=구글의 직원 수는 1분기 말 기준 1만2000명으로 3년 전인 2004년 1분기보다 6배 이상 증가했다. 단기간에 몸집이 커지면서 어쩔 수 없이 의사결정 속도도 느려지고 개개인이 회사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줄어든 것이 직원 이탈의 주 원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또다른 요인은 직원들을 돈방석에 올려놓은 스톡옵션. 구글의 팽창기인 2003∼2004년 대거 입사했던 수천명의 직원들이 받은 스톡옵션 행사 기한 만료가 다가오자 하나둘 주식을 처분해 회사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당시 그들이 배당받은 스톡옵션 가격은 1주당 평균 49센트. 3일(현지시각) 종가기준 구글 주가는 534달러니 1000배가 넘는다. 구글맵을 개발한 브렛 테일러(26)는 2003년 3월 구글에 입사했다가 최근 창업을 준비하면서 스톡옵션을 처분, 세금을 내고도 1000만달러 가까운 재산을 보유하게 된 경우다.

 부와 경력을 거머쥔 구글 출신들은 회사를 차리거나 또다른 스톡옵션 기회를 찾아 유망 신생벤처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 개발자 출신 몰려=구글에 등을 돌린 구직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업체 중 하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 ‘페이스북’이다. 더스틴 모스코비츠 페이스북 부사장은 “올해 들어 실시한 신규 채용에서 11명이 구글로부터도 동시에 입사 제안을 받았는데 이 중 1명을 제외한 10명이 우리 회사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구글에서 웹사이트 구축 서비스 ‘구글 페이지 크리에이터(GPC)’ 핵심 개발자로 활동한 저스틴 로젠스타인(24)도 지난 5월 페이스북 수석소프트웨어엔지니어로 자리를 옮겼다. “중요한 업무를 맡을 기회가 더 많고 업무처리가 신속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페이스북을 가리켜 “어제의 구글 그리고 오래 전의 마이크로소프트와 닮았다”며 “구글을 여전히 사랑하지만 페이스북의 성장 잠재력에 더 끌렸다”고 말했다.

◇구글, ‘인재만이 살길, 초심으로 돌아가자!’=구글은 WSJ의 지적에 대해 착시현상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최근 2∼3년간 이직률이 5% 아래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채용에 응하는 비율도 90% 이상으로 여전히 높다는 것. 비율은 그대로인데 직원 규모가 커지면서 입사하고 퇴사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마치 대규모 이탈이 이뤄지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좋은 인재를 계속 유치하지 못한다면 회사의 경쟁력이 쇠퇴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구글도 느끼고 있다. 구글은 최근 ‘스컹크웍스’라는 별동대를 만들어 첨단 제품 개발을 전담시키고 있으며 일부 사업 조직을 마치 벤처처럼 분리해 자율성을 부여하는 등 스피드 경영에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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