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통신재벌, 빌게이츠 누르고 세계 최고 부자

 지난 13년간 ‘세계 최고 부자’ 타이틀을 지켜온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마침내 멕시코의 통신 재벌에게 1위 자리를 넘겨줬다.

 4일 더 타임스·로이터통신·시애틀포스트 등 외신들은 멕시코 금융전문 사이트 센티도 꼬문을 인용, 멕시코 통신재벌인 카를로스 슬림 카르소그룹 회장(67)이 6월 말 기준으로 678억달러에 육박하는 재산을 보유해 빌 게이츠 회장(592억달러)을 큰 차이로 제쳤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카르소그룹은 남미 최대 이동통신업체 아메리카모바일과 텔멕스·텔셀 등 통신기업을 필두로 금융·항공·백화점·레스토랑·음반·자동차 및 부품·건축자재·정유 등 거의 전 업종을 계열사로 거느린 멕시코 최대 재벌이다.

 카를로스 슬림 회장은 이미 지난 4월 포브스가 집계한 세계 부자 순위에서 워렌 버핏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슬림 회장이 2위에서 1위로 등극한 결정적인 이유는 그가 지분 33%를 보유한 아메리카모바일의 주가가 4∼6월 3개월 동안 27%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 센티도 꼬문에 따르면 빌 게이츠 회장은 같은 기간 MS 주가가 5.7% 오르면서 총 재산이 32억달러 늘어난 592억달러로 슬림 회장보다 86억달러 뒤쳐졌다. 이에 대해 시애틀포스트는 이 수치가 MS 지분 이외 빌 게이츠 회장의 다른 자산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스웨덴 경제주간지 베칸스아파러는 지난 2004년 당시 이케아 창업자인 잉그바르 캄프라드 회장이 500억달러 이상을 보유, 빌 게이츠를 추월해 세계 1위 부호에 올랐다고 보도했으나 캄프라드 본인과 이케아 측이 이를 공식 부인한 바 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etnews.co.kr

 

◆카를로스 슬림은 누구?

 멕시코에서는 ‘슬림의 주머니에 돈을 넣지 않고는 아침에 침대에서 나올 수 없다’는 표현이 있다. 카를로스 슬림은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서도 생소한 이름이지만 멕시코 국민들은 슬림이 소유한 병원에서 태어나며 죽을 때까지 평생 밥을 먹고 차를 타고 전화통화·쇼핑 등 모든 일상생활에서 그의 회사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보유한 회사는 멕시코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 222개나 달한다.

 레바논에서 멕시코로 이민와 부동산으로 돈을 번 아버지 밑에서 자란 슬림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40만달러와 타고난 경제감각을 밑천으로 26세때 부동산업에 진출, 40년 만에 멕시코 GDP 7%에 해당하는 막대한 부를 쌓았다. 80년 멕시코 외환위기 때 부도로 내몰린 기업을 헐값에 사들이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 적중했다. 포브스는 그의 재산 증식 속도가 빌 게이츠뿐 아니라 전 세계 누구와 비교해도 타의추종을 불허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빌 게이츠가 전 재산의 절반이 넘는 300억달러를 빌&멜린다 재단에 기부해 소외계층을 돕는 사업을 펼치는 것과 달리, 슬림은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못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선사업에 관심없던 그도 1인당 소득 6800달러에 인구 절반이 하루 2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멕시코에서 부를 독점한다는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최근에는 교육·보건 분야에 수십억달러를 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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