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기술 로드맵 공개, 지원책 뒤따라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에 내부 기술 로드맵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한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동안 국내 반도체업체는 내부 기술 로드맵을 자회사나 해외의 선진 장비업체에만 공개함으로써 국내 장비업체와 해외의 선진 장비업체 간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게다가 선진 외국의 장비업체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의 기술 주도권이 위협을 받아왔다는 시각도 적잖았다.

 따라서 이번 기술 로드맵 공개는 국내 반도체 업계가 기술 주도권을 계속적으로 유지·발전시켜 반도체 산업의 성장 신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기술 수준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는 점도 반도체 소자 업체의 기술 로드맵 공개 방침을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국내 장비 업체들은 국내 반도체 소자업체에서 기술 로드맵을 입수하지 못해 장비 개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앞으로는 이 같은 어려움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술 로드맵 공개 방침으로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장기적인 연구개발(R&D) 전략을 수립, 표준장비 및 선행 장비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됐다. 반도체 소자업체 입장에서도 미국·일본 등 반도체업체와의 차별화 전략을 모색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반도체 산업은 40나노 공정 등의 도입으로 독자적인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만큼 이번 로드맵 공개가 갖는 의미는 결코 적지않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이번 로드맵 공개 방침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반도체산업은 장비의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는 이번 기회에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들과 경쟁해서도 절대 지지 않겠다는 자신감으로 무장해 R&D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함으로써 반도체 소자업체와 동반 성장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 그래야만 국내 반도체 산업이 균형 발전할 수 있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 분위기도 확산될 수 있다.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반도체업체는 이번 기술 로드맵 공개가 실효성을 갖도록 다각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기술 로드맵을 공개한다고 해서 국내 장비업체가 반도체 소자업체가 원하는 수준의 장비를 곧바로 만들어내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아직은 해외 업체와의 기술 수준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단순히 로드맵을 공개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비의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같이 해결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국가 개발과제 등에 국내 장비업체들과 공동으로 참여하거나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반도체 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각오를 보여줘야 한다. 또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가 개발한 장비를 생산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구매 환경을 조성해주는 일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