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운나 ICU총장-­미스라 인도 IIT총장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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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수한 인력을 보유한 한국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인도에 밀리는 것은 교육방식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27일 허운나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총장이 국제 공동 연구 및 학생교류 협력 협정 체결차 ICU를 찾은 아쇼크 미스라 뭄바이 인도공대(IIT) 총장에게 한국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대해 묻자 바로 이어진 답변이다.

 IIT는 지난해 영국의 더 타임스가 전세계 이공계 대학으로 미국 MIT와 버클리 공대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려놓은 이공계 대학이다. 인도전역에 IIT 카라그푸르, 뭄바이, 마드라스, 칸푸르, 델리, 구와하티, 루르키 등 7개의 캠퍼스가 있다. 이날 허 총장과 미스라 총장은 양교 협력협정 체결식에 이어 전자신문 주최로 IT특성화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방안에 관한 대담을 가졌다.

 

 -허운나 총장=한국에서는 처음으로 IIT와 협력관계를 갖게 됐다. IIT가 세계 3위 공대로 평가 받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미스라 총장=우선 학생선발 과정이 굉장히 엄격하다. IIT 입학시험(JEE)에는 인도 전역에서 30만명이 응시하고, 4900명이 합격한다. 61대1이다. 입학시험은 사고와 논리력을 요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한국과는 달리 자체 시험 비중을 높이고, 내신반영비율을 낮춰 놓았다. 시험을 더 어렵게 하는 등 선발기준을 엄청나게 끌어 올렸다.인도도 한국처럼 사교육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해결이 쉽지 않다.

 교수진도 우수하다고 자부한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고연봉을 제시해도 인력이 잘 나가지 않고, 연봉이 좋아도 인도로 돌아온다. 인도의 창조적인 사고 환경과 배운 것을 사회 환원하자는 의무감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또, 교수의 논문게재가 용이하게 되어 있는 등 연구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돈은 못 벌지 몰라도 경력관리에는 큰 도움을 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우수 인재가 몰리고, 인프라가 쌓이면서 이름이 나게 됐다.

 -허 총장=한국도 한때 엔지니어링 붐이 인 적이 있다. 이 분야는 변화가 더디고 사회 기반이 잘 구축돼 있지 않아 현재 비인기 분야로 전락하고 있다.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인도가 소프트웨어가 강한 이유는 또 뭔가.

 ▲미스라 총장=성공 보장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IIT는 입학하면 다양한 길이 열려있다. 돈과 명성도 따라 다닌다. 인재 모집부터 성공인력 배출까지 선순환 구조를 갖는 것 같다. 소프트웨어가 강한 이유는 과거부터 철학과 수학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초 과학인 철학과 수학이 결합돼 ‘돈 안 드는’ 소프트웨어 쪽으로 인력이 몰리고 있다. 의료나 경영보다는 수학 같은 기초과학이 많이 앞서고 있다. 사람도 이쪽으로 몰린다. 의료나 경영은 자본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소프트웨어는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만으로 발전이 가능하지 않은가.

 -허 총장=한국은 하드웨어가 강하고, 인도는 소프트웨어가 강한데 둘을 결합하면 최상의 조건을 이룰 것이다. 상호 협약을 통해 발전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어떤 부문에 협력이 가능한가.

 ▲미스라 총장=대학 간 은행이나 보험, 모바일과 관련한 R&D와 인력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ICU와 공동연구나 임베디드 운영체계 개발, DB구축 등을 같이 해나간다면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다. 연구분야 협력을 시작으로 학생교환으로 교류가 확대됐으면 좋겠다. 또 대학원생 교류가 많을 경우 한국의 대학들도 국제적으로 성장할 기반이 될 것이라고 본다.

 -허 총장=실리콘밸리 창업자의 15%와 미국기업인 IBM 엔지니어의 28%가 인도공대 동문이라고 들었다. 대학의 경쟁력이 어디에 있나.

 ▲미스라 총장=한국과는 달리 인도는 대학에 많은 자율성을 준다. 대학이 우선 교수 역량이나 능력이 중요하다. 그 다음 연구가 잘되면 산학협동이 따라 와야한다. 이를 위해 IIT는 국제적으로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창업도 독려하고 있다. 재학생이나 교직원은 물론 졸업한 동문까지도 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평가 거쳐 쉽게 창업할 수 있다. 또 이들이 세계 곳곳으로 뻗어 나가 자연스레 대학 홍보도 이루어지고 있다.

 -허 총장=한국 학생들은 수업방식이 소극적인 것 같다. ICU에 유학온 인도학생들을 보면 질문이 많고, 말을 참 잘한다. 단적인 예로 인도출신의 변호사가 많다고 들었다. 논쟁이나 토론수업에 익숙해 그런 것 같다.

 ▲미스라 총장=노벨 수상자가 인도를 찾았는데, 이 수상자가 말하길 인도가 유일하게 질문받기 가장 두려운 나라로 꼽은 실화가 있다. 날카로운 질문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발전하려면 수업의 반은 학생이 토론식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IIT는 특이한 커리큘럼을 내년부터 개설한다. 학부에서 에너지 사이언스 엔지니어링 과정을 도입한다.현재 벌어지고 있는 환경적인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아쇼크 미스라 뭄바이 인도공대(IIT) 총장은…IIT 출신으로 미국 메사츄세츠 대학에서 고분자 화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도 국립공학협회, 인도 국립과학협회(NASI), 인도 화공학회, 마하라쉬트라 과학협회 회원, 인도 화공학회와 인도 플라스틱공학회의 명예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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