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구본철 과학기술원 문화기술 대학원 교수

Photo Image

 “새로운 시도에 대해 신선하다는 반응은 있었지만 아직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지난 23일 고양시 새라새 극장에서는 국내 최초의 디지털 연극 ‘신타지아(Synthasia)’가 초연됐다. 연극의 연출을 맡은 구본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CT)대학원 교수(46)를 만나 디지털연극 시도의 참신함에 대한 궁금증과 어려움에 대해 들어 보았다. 그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연극 무대에서 디지털을 적용하는 실험이 완벽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고 아쉬움을 털어 놓았다.

 하지만 그는 “대사 한 마디 없이 진행되는 이 연극에 관객들이 적잖이 당황하면서도 자신들의 휴대폰을 이용해 연극에 참여하는 등 새로운 시도에는 나이를 막론하고 흥미를 보였다”고 말했다.

 신타지아는 50분내내 디지털이 만들어 낸 영상과 음악, 그리고 배우의 몸짓만 구성되는 연극이어서 웬만한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연극일 수 밖에 없다. 무선통신 네트워크로 외부에서 연극에 접속한 사람의 모습이 무대앞의 커다란 화면에 중간중간 비춰지는 대목도 있고 객석에 있는 관객이 휴대폰으로 참여하는 부분도 있다. 그야말로 디지털 네트워크를 총체적으로 활용하는 연극이다.

 굳이 연극을 통해 디지털을 이용한 문화기술을 보여주는 시도를 한데 대해 그는 “어쩌면 연극에 디지털을 접목하는 게 가장 어렵기 때문에 도전한 거죠. 현재까지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무대에서 한계가 뭔지 등도 보여줄 수 있고 누구도 하지 않은 시도이기도 해서 우리가 해 보자고 한거죠”라고 강조했다.

 이번이 첫 무대 연출이라는 구 교수는 7년 정도 연극에 사용되는 컴퓨터음악 작업 경력이 있다. 그는 CT이론을 창안한 원광연 문화기술대학원장, 로봇 휴보를 개발한 오준호 교수 등과 함께 작업했고 연출을 맡게 됐다고 한다.

 ‘신타지아’에서 가장 호응이 높았던 장면은 관객들이 휴대폰을 이용해 무대 양옆 스크린에 나온 퍼즐을 맞추는 부분. 관객이 일방적으로 보는 연극을 떠나 극 공연의 일부분으로 참여해 완성한다는 점에서 중년의 관객들까지 가세했다.

 초연이라는 시도에서 그의 아쉬움은 없었는지 물어보았다.

 구 교수는 “사용된 기술 모두 고급기술이고 준비 기간은 길었지만 관객이 보는 것은 순간”이라며 “시각적인 것은 보여지는 순간 무너지는 것이어서 ‘시각을 어떻게 시간으로 연장할 것이냐’가 지금도 과제”라고 털어 놓았다.

 “연극은 중간에 정전되면 배우가 대사로 대응할 수 있지만 디지털로만 하는 연극에서는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공연이 완전 중단돼야 한다는 위험이 있죠.”

 인터뷰를 하는 짬짬이 무대로 눈길을 돌리며 “매일매일 긴장의 연속”이라는 구 교수. 그는 “매 공연이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7월 15일의 마지막 공연에서는 디지털과 공연의 결합을 최극치로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

 사진=박지호기자@전자신문, jihopress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