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로봇랜드 유치 과열경쟁

 지자체들의 로봇산업 유치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산업자원부의 로봇랜드 예비사업자 응모시한이 다음달 25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 지자체에서 로봇랜드 전담 TF를 조직하고 시민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로봇랜드에 눈독을 들이는 지자체는 인천·대전·부산·광주 등 광역시는 물론이고 경기도 안산·고양과 경상남북도 등 전국적으로 10곳이 훨씬 넘는다. 어차피 내 고장을 위해서 로봇산업을 유치하겠다는 지자체들의 선의의 경쟁을 말릴 명분은 없다. 걱정되는 점은 로봇랜드 후보지가 선정된 이후다. 우리 고장을 로봇도시로 만들자며 지역주민이 수천명씩 모여 로봇랜드 유치결의대회까지 여는 상황에서 경쟁에서 탈락했다고 나머지 지자체장들이 쉽사리 로봇카드를 포기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이왕 뽑은 칼이니 무라도 베자는 심정으로 지자체마다 유사한 로봇연구센터와 소규모 테마파크를 설립하면서 중복투자를 할 개연성이 크다. 여기에 대선을 앞두고 일부 대권주자까지 지역경제를 살리는 대안으로 로봇산업 육성책을 남발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국민의 혈세가 지자체 간의 자존심 경쟁, 정치적 명분 때문에 낭비돼서는 안 될 일이다. 로봇도시가 되겠다고 외치는 지자체들은 지금이라도 지리적·산업적 환경이 차세대 로봇산업에 적합한지 다른 경제적 대안은 없는지 차분히 검토해야 한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필요한 상상력의 부족을 만화 속의 로봇으로 때우려는 안이한 생각은 접어야 한다.

 경기도 시흥시는 로봇랜드 유치를 위해 민간사업자까지 선정했지만 지난주 갑자기 유치경쟁 포기를 선언했다. 시흥시는 로봇랜드의 채산성을 맞추는 데 필수적인 사업모델을 치밀히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유치포기 이유를 솔직히 시인했다. 로봇랜드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들은 영어격차 해소를 위해 우후죽순 생겨난 영어마을들이 연간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배일한기자<디지털산업팀>@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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