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홈페이지나 포털 사이트 가입 시 주민등록번호 대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아이핀’이 주요 기관과 포털 사업자의 외면으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 정보보호진흥원 조사 결과 5월 말 현재 아이핀을 개인 인증수단으로 도입한 기관은 31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정보통신부 등 국가기관이 사용하는 사이트며, 사설 사이트는 13개에 그쳤다. 네이버나 싸이월드, 다음 등 네티즌이 자주 찾는 사이트는 아이핀을 도입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도입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이핀 활성화에 열쇠를 쥐고 있는 주요 포털 사이트가 아이핀 보급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이핀 보급이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아이핀 도입이 저조한 것은 주요 기관이나 포털 사이트가 인증시스템에 대한 추가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데다 사용자도 기존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가입 방식보다 훨씬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이핀 보급이 저조하자 정통부가 애초 이 제도 도입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비록 아이핀이라는 제도가 개인정보보호라는 대의명분에 합당하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이용자가 인증 절차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면 이 제도의 정착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 제도 도입 이전부터 여러 차례 전문가들이 번거로운 인증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시행했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차제에 아이핀 도입을 철회하고 주민등록 확인 절차 없이 자유롭게 인터넷 홈페이지나 포털 사이트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까지 이른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주요 포털 사이트 등을 대상으로 아이핀의 도입을 강제한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 그나마 설득력 있는 대안은 사용자가 보다 편리하게 아이핀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네티즌이 아이핀을 이용해 사이트에 가입하려면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가입보다 2배 이상의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한다. 빨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제도의 성패에 열쇠를 쥐고 있는 주요 포털 사이트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물론 아이핀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증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가입자의 이탈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포털 사업자 입장에서는 지금처럼 주민등록 정보를 수집하는 게 마케팅 전략 측면에서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 등 인터넷 업체도 이제 책임의식을 갖고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할 때가 됐다. 사이버 포식자라고까지 불리는 포털 사이트의 협조 없이 이 제도의 정착은 요원하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한 한 포털 업체가 공동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핀 제도의 정착이 가능하다.
아울러 정부 공공기관에서도 이 제도의 도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현재 정통부 산하 기관을 중심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 정부 산하 기관들이 앞장서 개인정보보호 수단인 아이핀의 보급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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