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일주일도 채 안돼 전국 관객수 271만명을 돌파하며 스크린을 점령한 ‘캐리비안의 해적3-세상 끝에서’는 현란한 볼거리로 168분의 상영시간 동안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잭 스패로우 선장(조니 뎁)의 블랙 펄호와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의 전투, 세상 끝에서 바다와 하늘이 뒤바뀌며 해가 지는 새벽을 만드는 장면 등이 할리우드 최초의 특수효과 스튜디오인 ILM(Industrial Light Magic)의 우수한 컴퓨터 그래픽(CG) 제작력을 바탕으로 연출됐음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영화 속 볼거리 중 ILM에서 근무하는 한국인이 제작한 장면을 찾아본다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ILM에 정직원으로 근무하는 사람은 3D 크리에이처 모델러 홍정승씨(35), 크리에이처 TD 이승훈씨(38·Technichal Director), 홍재철씨(38), 이승희씨(35) 4명. 모두 ‘캐리비안의 해적3-세상 끝에서’의 특수효과 작업에 참여했다.
홍정승씨는 ‘캐리비안의 해적2-망자의 함’에서부터 등장하는 유령선의 선장 데비 존스를 만들어 유명해졌다. 홍씨는 ‘캐리비안의 해적3-세상 끝에서’에서도 문어발 수염의 데비 존스를 완벽하게 창조했다.
이승훈씨는 홍 씨가 만든 데비 존스의 문어발 수염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역할을 했다. 데비 존스의 얼굴이나 움직임은 배우 빌 나이가 상대 배우와 대화하는 모습을 아이모캡(IMOCAP)이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잡아냈지만 그 때마다 변화하는 문어발 수염은 이 씨가 블록 파티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구현한 것.
홍재철씨는 블랙 펄호와 플라잉더치맨의 움직임을 CG로 만들어냈다. 영화 초반부 데비 존스가 탄 플라잉더치맨이 떠오르는 장면을 그가 연출했다.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배가 떠오를 때 떨어지는 옷가지나 부속품의 움직임까지도 컴퓨터로 예측해서 1프레임당 63시간에 걸쳐서 만든 장면이다. 영화가 1초당 24프레임으로 구성돼 있으니 1초 남짓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 1512시간 이상을 들여야 했다는 뜻이다.
영화 중반부에 잭 스패로우를 찾기 위해 세상 끝까지 간 블랙 펄호의 선원들이 ‘해가 지는 새벽’을 만들기 위해 배를 뒤집는 장면은 홍재철씨 혼자서 1개월을 작업한 끝에 만든 장면이다.
홍재철씨는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을 상상해야 했고 동시에 자연 환경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연출해야 해서 가장 힘든 장면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바다와 하늘이 뒤집힐 때 배의 돛과 깃발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떨어지는 물방울 하나의 움직임까지 물리적 변화에 따른 반응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예측한 뒤 한 장면씩 CG로 작업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스펙타클한 장면인 블랙 펄호와 플라잉더치맨이 소용돌이치는 바다에서 전투를 하는 장면에서는 회사의 모든 메모리를 다 끌어 쓰는 바람에 하룻 동안 작업이 중단됐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





















